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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 도전기] 50대 중반에 프랑스로 와인 유학

입력 2026-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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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으로 채운 해외 한달살기] “와인으로 인생 2막 열다”

(이미지=유영현 기자ㆍAI 생성)
(이미지=유영현 기자ㆍAI 생성)

50대 중반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고 프랑스로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응원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가슴 뛰는 일을 외면할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와인 경영 석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욱성 씨는 와인 칼럼니스트이자 유튜버, 강연자, 작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을 전문성으로 만든 그의 인생 2막은 와인처럼 깊어지고 있다.

▲프랑스 와인 경영 석사과정 졸업 기념사진. (김욱성 제공)
▲프랑스 와인 경영 석사과정 졸업 기념사진. (김욱성 제공)

우연히 만나 깊이 빠져든 와인

김 씨와 와인의 인연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호텔신라 마케팅 판촉팀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주한 외국대사관과 다국적 기업의 VIP들을 만나면서 접한 와인의 매력에 빠졌다.

“와인에는 수천 년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고, 음식과 어울리며 미식의 즐거움을 완성해줍니다. 특별한 순간을 풍요롭게 해주는 낭만도 있고요. 무엇보다 품종과 생산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 아는 만큼 깊이 즐길 수 있다는 지적인 매력이 있죠.”

그는 와인을 더 깊이 알고자 국내에서 20여 권의 전문 서적을 탐독했지만 활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커졌다.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직접 현장을 경험해야 한다고 느꼈고, 결국 본고장 프랑스로 향했다.

▲프랑스 보르도 ‘샤토 마고’의 와인 숙성 셀러.(김욱성 제공)
▲프랑스 보르도 ‘샤토 마고’의 와인 숙성 셀러.(김욱성 제공)

세계 25개국 포도밭이 교실이 되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배우기로 결심한 김 씨는 국제와인기구(OIV)와 프랑스 몽펠리에 고등농업대학원이 운영하는 와인 경영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1986년 시작된 이 과정은 와인산업의 미래 전문가와 리더를 양성하는 국제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실에서 이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주요 와인 산지를 직접 찾아 생산·유통·마케팅 등 와인산업 전반을 익힌다.

그는 오랜 기간 유학 자금을 마련했고, 10년 넘게 운동하며 체력을 관리하는 한편 프랑스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서류전형 후에는 영어·프랑스어로 프로그램 디렉터와 화상 면접을 치렀다. 하지만 프랑스에 도착하자 가장 큰 벽은 역시 언어였다.

“첫 수업에서는 강사들의 프랑스어가 거의 외계어처럼 들렸어요. 개강 2주쯤에는 ‘짐을 싸서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준비한 유학을 그렇게 끝낼 수는 없었죠. PPT 자료를 빠짐없이 카메라로 찍어 번역하고, 강의도 녹음해 밤새도록 듣고 또 들었습니다.”

교실 밖에는 더 넓은 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 2년에 걸쳐 세계 25개국의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누볐다. 같은 품종이라도 토양과 기후, 양조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앞에서 확인하며 책으로 배운 지식을 하나씩 체화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프랑스 보르도의 ‘샤토 마고’예요. 평소 일반인의 방문이 쉽지 않은 곳인데 포도밭과 양조 시설, 지하 셀러를 둘러보고 와인도 시음했죠. 와인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대자연도 잊을 수 없어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맞이한 여명은 제 인생 최고의 풍광이었습니다.”

함께 공부한 학우들은 대부분 20대 젊은 청년이었다. 처음에는 나이와 직급을 내려놓고 대등하게 생활하는 것이 낯설었지만, 차츰 수평적인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더불어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수많은 도시와 광활한 포도밭을 누비며 농부들과 와인계 거장들을 만났습니다. 와인이라는 렌즈 너머로 인생의 깊이를 들여다보고, 한잔의 와인에 깃든 수많은 이들의 헌신을 느끼며 삶을 더 깊이 성찰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여유를 갖게 됐습니다.”

▲국내 와인 전문가 과정에서 강의하는 김욱성 씨의 모습.(김욱성 제공)
▲국내 와인 전문가 과정에서 강의하는 김욱성 씨의 모습.(김욱성 제공)

좋아하는 것을 ‘전문성’으로 만들다

프랑스 유학을 마친 뒤 김 씨의 새로운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지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와인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하며, 구독자 3만여 명의 유튜브 채널 ‘김박사의 와인랩’을 통해 대중에게 와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와인 산지 현장 경험과 전문가들과의 인연은 그만의 자산이 됐다.

배움은 프랑스 유학에서 끝나지 않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그는 귀국 후 경희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 도전해 2019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치열했던 2년간의 유학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2의 인생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는 인생을 두 번의 거대한 사이클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인생이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꾸리기 위한 ‘의무의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인생은 나 자신을 위한 ‘자발적 동기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먹고살기 위해 외면했던 꿈이나 평생 곁에 두고 싶은 취미가 있다면 과감하게 부딪혀보세요. 나이의 숫자나 언어의 장벽은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김 씨의 호기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버려지는 와인병에 그림과 조명을 더하는 ‘와인 아트’에 빠져 약 500개의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회와 함께 유학 시절 포도밭에서 찍은 사진·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책 출간도 꿈꾸고 있다.

“인생은 남들보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밀도 높고 충만하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늙지 않습니다. 무료하고 관성적인 날들을 견뎌내기에 우리의 남은 인생은 너무도 길고 찬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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