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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아픈 중년 여성, 일터도 가족도 흔들린다

입력 2026-07-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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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이후 실직·소득 감소에 가족 돌봄 공백까지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 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 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중장년 여성의 건강 악화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직장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가정에서는 자녀와 부모 돌봄을 맡는다. 건강이 무너지면 노동이 중단되고 가족 돌봄에도 공백이 발생한다. 여성 건강을 개인의 관리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손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29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여성 희귀 간 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중장년 여성 건강, 사회적 손실 예방’을 주제로 중년 여성의 건강 악화가 노동과 돌봄에 미치는 영향을 짚었다.

박민선 교수는 건강이 경제·정치·사회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신체가 건강하게 기능하려면 심장이 혈액을 원활하게 내보내고 혈관이 막히지 않아 각 장기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력 유지, 안정적인 감정 상태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중장년 여성에게 건강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맡은 역할과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자녀를 키우고 부모를 부양하며 가족 구성원의 건강을 돌봤다. 최근에는 경제활동 참여까지 늘면서 직장과 가정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다.

박 교수는 “중년 여성은 과거 자녀를 기르고 어르신을 부양하며 3대의 건강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최근에는 직장생활까지 병행하면서 더 어려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부모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 안에서 돌봄을 주고받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자녀와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주로 맡아온 중장년 여성도 경제활동과 자신의 노후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이들의 건강마저 악화하면 본인에 대한 돌봄은 물론, 가족에게 제공하던 돌봄까지 동시에 공백에 놓일 수 있다.

건강 악화는 노동시장 이탈로도 이어진다. 박 교수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은 15~59세 환자를 추적한 결과, 여성의 실직 위험은 남성보다 약 2배 높았다. 실직 이후 노동시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여성에게서 26%가량 낮았다. 저소득층이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일수록 영향이 더 컸다.

직장을 다시 구하더라도 질병 이전의 소득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웠다. 발표에서는 치료 후 재취업한 여성의 임금이 질병 이전의 약 80% 수준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가족 구성원에게 질병이 생기면 여성의 고용률은 5.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을 흔드는 것은 중증질환만이 아니다. 폐경 전후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채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결근과 조기 퇴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폐경 증상이 심한 여성은 증상이 적은 여성보다 결근과 업무 집중력 저하 등 부정적인 근로 결과를 경험할 가능성이 15.6배 높았다. 최근 12개월 동안 폐경 증상으로 결근한 경험이 있는 여성도 10.8%였다.

사회경제적 질병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 직접 의료비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일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 등 간접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40~69세에서는 여성의 의료비가 남성보다 많았다. 여성들이 다양한 건강 문제로 외래와 약국을 자주 이용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 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 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중장년 여성은 암과 만성질환, 혈관질환뿐 아니라 골다공증과 근골격계 질환, 우울·불안 등을 복합적으로 겪는다. 최근에는 30~44세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높아지고, 45~64세에서는 불안장애가 두드러진다는 설명도 나왔다.

박 교수는 여성의 정신건강을 신체 상태와 분리해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의욕과 흥미를 잃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에서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식사의 질과 신체활동을 모두 적절하게 관리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우울 증상 위험이 약 45% 낮았다.

중장년 여성의 영양 섭취에도 공백이 나타났다. 체중 증가를 우려해 식사량을 과도하게 줄이거나 빵과 과자 등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때가 있는데, 이는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박 교수는 중년 여성의 하루 에너지 섭취량이 평균적으로 필요한 수준보다 150~200kcal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운동에서도 성별 차이가 나타났다. 45~64세 여성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남성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근력운동 실천율은 16.2%로 남성의 28.6%보다 낮았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걷기와 함께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가정에서는 역할을 나누고 직장에서도 필요한 도움을 요청해 부담이 한 사람에게 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때 식사하기 △식사의 질 관리 △근력 운동 △일과 휴식의 균형 △생애주기별 검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장년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의 진단·치료 사각지대도 다뤄졌다.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PBC 환자의 80~90%는 여성이고, 주로 직장과 가족 돌봄 역할이 집중되는 40~60대에 발병한다.

환자의 약 70%가 만성피로를, 절반가량이 가려움증을 경험한다. 수면장애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갱년기나 피부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1차 치료제를 복용해도 환자의 30~40%는 충분한 반응을 얻지 못한다. 국내에는 허가를 받은 2차 치료제가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처방이 어려워 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국가건강검진에 PBC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되는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검사를 포함하고 2차 치료제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PBC는 단순한 간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삶과 노동, 가족, 생명에 직결되는 공공보건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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