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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조력사 도입은 ‘최후의 수단’ 돌봄 안전망이 우선

입력 2026-09-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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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의료·소득·주거 지원 등 사회적 안전망 선행 강조

(이미지=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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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연명의료결정제도로는 임종기에 이르지 않은 중증질환자의 지속적인 고통과 삶의 마무리에 관한 요구를 충분히 포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조력사 도입을 논의하려면 돌봄과 완화의료 등 사회적 안전망부터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7일 국회입법조사처의 ‘해외 의사조력사 제도 유형과 국내 입법의 방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조력사를 다른 방법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상황에서만 검토할 수 있는 예외적인 제도로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압상승제 투여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고 고통이 지속되지만 아직 임종기에 접어들지 않은 환자는 제도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연명의료 중단만으로는 고통이나 삶의 마무리에 관한 요구를 해소하기 어려운 말기·비말기 중증질환자도 제도 밖에 남아 있다.

의사조력사는 의사가 약물을 처방하거나 제공하고 환자가 이를 직접 복용해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생명유지 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하는 현행 연명의료결정과 달리 생명 단축을 직접적인 결과로 삼는다는 점에서 법적·윤리적 성격이 다르다.

해외 제도는 허용 행위와 대상 환자, 국가의 개입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미국 오리건주 등은 여명이 6개월가량 남은 말기 환자가 처방한 약을 직접 복용하는 방식만 허용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와 참을 수 없는 고통 등을 기준으로 의사의 직접 투약과 자기 복용을 모두 인정한다.

적용 대상이 넓어질수록 환자의 결정에 돌봄 부담이나 경제적 압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오리건주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제도를 이용한 사람들이 언급한 주요 이유는 자율성 상실과 일상 활동능력 저하, 존엄 상실이었다. 약 42%는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캐나다는 2016년 제도를 도입한 뒤 2021년 여명 요건을 완화해 비말기 중증질환자와 장애인까지 적용 대상을 넓혔다. 네덜란드의 2024년 관련 사례에는 치매 환자 427명과 정신질환자 219명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대상이 확대되면 의사결정 능력과 고통의 지속성, 치료 가능성 등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에서는 제21대 국회에 이어 제22대 국회에서도 조력존엄사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의사조력사를 직접 규율하는 규정이 없다. 의료인이 환자에게 생명 단축을 위한 약물을 제공하거나 직접 투여하면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지=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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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일부 조항을 추가하기보다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타당하다고 봤다. 연명의료 중단과 의사조력사는 목적과 행위 방식, 책임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별법에는 대상 질환과 여명 기준,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 반복적인 요청과 숙려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수 의료인의 판단과 독립적인 심사, 완화의료 제공 여부 확인, 사후 보고, 감독 절차도 필요한 안전장치로 꼽았다. 법에서 정한 절차에 참여한 의료인의 책임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교적·윤리적 신념에 따라 의료인이 참여를 거부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보고서는 의료인의 양심적 거부권을 인정하더라도 환자의 제도 접근권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정 의료기관이나 지역별 전담 조직을 마련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무엇보다 의사조력사 논의에 앞서 통증 조절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심리·사회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와 저소득층·장애인·정신질환자를 위한 소득·주거·의료비 지원, 고립된 고령자를 위한 돌봄 체계도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삶의 마무리를 결정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안전망을 충분히 제공한 뒤에도 해소되지 않는 심각한 고통 속에서 당사자가 숙고해 의사를 밝힌 경우에만 의사조력사를 최후의 수단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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