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산업전문가포럼 에이징 제론테크 포럼 8차 개최… 돌봄 현장 적용 과제 공유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관리하는 기술을 넘어 인지기능이 저하된 뒤에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계하도록 돕는 ‘사람 중심 제론테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한국지부, 총신대학교와 함께 28일 ‘2026 에이징 제론테크 포럼’ 8차 행사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제론테크(Gerontechnology)는 노년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모든 기술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IAGG 2026에서 본 제론테크, 스마트 돌봄과 라이프플래닝의 미래’였다.
행사에서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노년학·노인의학 학술대회(IAGG 2026)의 주요 연구 동향이 소개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학술대회에는 80여 개국에서 3500여 명이 참가했으며 1675건의 연구가 발표됐다.
이상용 실버산업전문가포럼 회장은 개회사에서 “고령친화산업이 일정한 기틀을 갖추기 시작한 지금이 앞으로의 성장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첨단 기술과 제도의 발전도 결국 사람을 향할 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간병인들 스마트 기저귀 써보니 좋아해”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 원장은 스마트 기저귀 시스템을 요양병원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스마트 기저귀는 기저귀에 부착된 센서가 배뇨량을 감지해 병동의 모니터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돌봄 인력이 기저귀 내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교체 시점을 파악할 수 있어 환자별 배설 관리가 가능하다.
가 원장은 스마트 기저귀를 여성 환자 13명에게 적용했으며, 이 가운데 분석이 가능했던 12명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기존에 착용하던 도뇨관을 제거한 뒤에도 피부염이나 욕창과 같은 뚜렷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뇨량과 교체 시각이 자동으로 기록돼 수기로 작성하던 배뇨일지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처음에는 정해진 시간에 일괄적으로 기저귀를 교체해 온 간병인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교체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게 되자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달라졌다고 밝혔다.
가 원장은 전국 8개 요양병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 돌봄 기술 선호도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의사는 환자의 생체정보를 확인하는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간호사는 욕창 예방과 체위 변경을 지원하는 스마트 매트리스를 선호했다. 간호조무사는 낙상 예방 시스템, 간병인은 환자 이송 로봇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시설 환경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1인실과 일대일 간병이 많은 병원보다 다인실 비중이 높고 입원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병원에서 스마트 돌봄 기술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 원장은 “기술의 필요성이 큰 곳일수록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령자 의미 있는 삶 위해 기술 쓰여야”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심우정 총신대학교 제론테크놀로지학 교수는 경도인지장애(MCI)가 있는 고령자도 자신의 미래와 노후 생활을 계획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사례 연구를 발표했다.
심 교수가 개발한 ‘에이징 세이지 라이프 시뮬레이션’은 자신의 노화 과정을 예상하고 단계별 목표와 생활방식, 필요한 지원 기술을 선택하도록 돕는 프로그램. 지금까지 약 520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101명을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노후를 상상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목표를 다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심 교수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고령자 3명에게도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참여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화와 학습, 외출과 운동, 찬송과 성경 읽기,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는 일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소망을 표현했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정해진 순서대로 질문하기보다 현재 하고 싶은 일에서 출발해 당사자의 말과 속도에 맞춰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직접 글을 쓰기 어려운 경우에는 진행자가 기록을 돕거나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법으로도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심 교수는 “인지기능이 저하됐다고 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선호와 소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기술은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단이 아니라 고령자가 의미 있는 활동과 관계를 이어가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IAGG 2026의 연구 흐름도 질병과 기능 저하를 관리하는 관점에서 고령자의 역량과 자기결정, 생활환경, 관계, 존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심 교수는 전했다. 기술 연구 역시 제품의 성능과 사용 편의성을 평가하는 데서 나아가 수용성, 윤리적 위험, 지역사회 환경과의 연계 등을 함께 살피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지정토론에 나선 이미경 홍시요양원 원장은 “현재 돌봄 현장은 직원들이 직접 관찰하고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며 “제론테크의 목표는 새로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르신이 안전과 존엄을 유지하며 독립적인 생활을 오래 이어가도록 돕는 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철 하이제라네트웍스 대표는 기술의 사업화와 비용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다양한 돌봄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시설이 장비 구입비와 관리 인력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현장 확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업체의 센서와 모니터링 장비를 각각 설치하는 중복 투자 문제를 줄이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존 평가와 수가 제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에서는 스마트 돌봄 기술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 인지기능이 저하된 뒤에도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두 문제가 국내 돌봄 현장만의 고민이 아니라 세계 노년학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공통 과제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