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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래의 세대읽기] 청년 양극화 원인은 ‘부모’와 ‘부동산’

입력 2026-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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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찬스와 무지출 챌린지 사이, 노력의 계산법이 달라졌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같은 20대라도 사는 모습은 다르다. 한쪽은 부모 도움으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고, 월급 일부를 ETF와 연금저축에 넣는다. 결혼과 내 집 마련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른 한쪽은 월세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통장에 남는 돈이 거의 없다. 투자 앱은 깔려 있지만 넣을 돈이 없다. SNS에서는 해외여행과 오마카세 인증이 올라오고, 다른 채팅방에서는 무지출 챌린지와 ‘거지방’ 인증이 이어진다.

청년은 하나의 세대처럼 불린다. MZ세대, N포세대, 영끌세대, 코인세대라는 말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기에는 내부의 차이가 커졌다. 같은 나이여도 부모의 자산, 사는 지역, 일자리, 주거 형태에 따라 미래를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자료는 이 균열을 숫자로 보여준다. ‘나라경제’ 2026년 7월호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2025년 세대 내 평균 순자산 격차는 20대가 19배로, 30대 5.5배, 40대 6.4배, 50대 8.5배, 60대 이상 10.5배보다 컸다. 20대 소득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6억 3199만 원, 소득 하위 20%는 3327만 원으로 제시됐다. 청년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자산의 출발선은 이미 크게 벌어져 있다.

청년 자산 격차의 핵심에는 주거가 있다. 같은 인포그래픽은 2030 부동산자산 격차가 2024년 74.4배에서 2025년 121.6배로 커졌다고 제시했다. 순자산 상위 20%의 부동산자산은 8억 7078만 원, 하위 20%는 716만 원이었다. 부동산자산은 거주주택금액, 거주주택 외 금액, 계약금·중도납입액을 합산한 값이다.

청년의 격차는 소비 습관 차이만으로 벌어진 게 아니다. 집을 살 수 있었는지, 전세 보증금을 마련했는지, 수도권 자산시장에 언제 진입했는지가 격차를 키웠다. 청년이 월급을 아끼고 모으는 속도보다 자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면, 성실함만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간격이 생긴다.

부모 찬스는 가족의 사랑인가, 계층의 재생산인가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나라경제; 기고에서 청년 자산 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으로 자산 세습, 자산시장 폭등, 노동시장 제약을 짚었다. 특히 부모로부터 수도권 아파트 보증금이나 매매 자금을 지원받았는지에 따라 자산 격차가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부모의 경제력이 인생의 출발선을 결정하는 강력한 변수가 됐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세대 갈등으로 보기 어렵다. 청년에게 부모 찬스는 불공정의 언어일 수 있다. 그러나 5060 부모에게는 자녀의 주거와 결혼, 생활 안정을 돕기 위한 가족 전략이다. 문제는 도와줄 수 있는 부모와 도와줄 수 없는 부모의 차이가 자녀 세대의 격차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부모 도움을 받아 수도권 부동산이나 전세시장에 일찍 진입한 청년은 자산 가격 상승의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에는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청년들끼리 만나는 데이트 문화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스스로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청년은 전·월세 보증금에 자금이 묶이거나 학자금·생활비 대출로 출발한다. 김 교수는 이런 차이가 자산형성의 초기 기회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채의 성격도 달라진다. 어떤 청년에게 대출은 투자와 자산 취득을 위한 레버리지다. 다른 청년에게 대출은 생활비와 월세를 막기 위한 버팀목이다. 같은 빚이라도 한쪽은 미래 자산을 앞당기는 수단이 되고, 다른 한쪽은 다음 달을 버티기 위한 비용이 된다.

프리미엄 소비와 거지방은 같은 세대의 풍경이다

그래서 최근 청년 소비문화는 서로 모순된 장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한편에는 오마카세, 해외여행, 명품, 호텔 웨딩, 프리미엄 운동, 고급 취미가 있다. 다른 한편에는 무지출 챌린지, 거지방, 냉장고 파먹기, 중고거래, 알뜰폰, 편의점 앱 쿠폰이 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세대의 문화가 아니다. 같은 청년 세대 안에 과시 소비와 방어 소비가 함께 존재한다. 어떤 청년은 소비를 통해 성취와 취향을 확인하고, 어떤 청년은 쓰지 않는 기술을 통해 하루를 관리한다. 이전에는 청년 소비를 ‘욜로’나 ‘짠테크 중 하나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두 흐름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 차이는 금융자산에서도 나타난다. 김 교수의 기고는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2019년 청년층 가구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금융자산 격차가 약 3.7배였으나 2024년에는 4.7배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고소득층 가구는 금융자산 규모가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저소득층 가구는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투자 격차도 결국 종잣돈의 격차에서 시작된다. 여유 자금이 있는 청년은 주식, 채권, ETF, 해외자산, 연금계좌를 고민한다. 여유가 없는 청년은 고금리 적금 외에 선택지가 제한되거나, 단기간에 격차를 만회하려는 고위험 투자로 몰릴 수 있다. 금융 지식의 차이 이전에 투자할 돈의 유무가 먼저 갈린다.

▲극과 극, 심화하는 청년 자산 양극화 인포그래픽(KDI 나라경제 2026년 7월호)
▲극과 극, 심화하는 청년 자산 양극화 인포그래픽(KDI 나라경제 2026년 7월호)

노력의 말이 약해지는 이유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통했던 말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다. 부모 세대의 성장 경험도 이 믿음을 뒷받침했다. 가난하게 시작해도 교육, 취업, 저축, 내 집 마련을 거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서사가 있었다.

지금 청년에게 이 말은 예전만큼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회 이동성 인식 자료도 이를 보여준다. ‘나라경제’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사회 이동성이 활발하지 않다고 본 응답은 59.2%였다. 그 이유로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배경이 성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가 43.4%로 가장 컸고, “노동시장 내 좋은 일자리와 좋지 않은 일자리가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가 17.3%로 뒤를 이었다.

소득이동통계 분석에서도 계층 이동의 경직성이 확인된다. 보건복지포럼의 ‘소득이동통계를 이용한 사회이동성 진단’은 소득분위별로 2분위와 3분위에서 이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만, 1분위와 5분위에서는 유지 비율이 높다고 설명한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에서 같은 계층에 머무르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물론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보다 이동성이 높다. 그러나 이 이동성이 모두에게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같은 보고서는 청년층에서 남자의 상향 이동 비율이 높은 반면 여자는 하향 이동 비율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진입 과정의 불안정성, 결혼·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가능성이 이후 연령대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청년이 노력을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니다. 노력의 계산식이 달라졌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기 어렵고, 부모 지원 여부가 주거와 결혼, 투자 기회를 가르는 상황에서 “성실하게 살면 된다”는 말은 힘을 잃는다. 성실함이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성실함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이 늘어난 것이다.

이 변화는 5060 부모 세대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자녀에게 전세자금이나 결혼자금을 지원하면 부모의 노후자금이 줄어든다. 지원하지 못하면 자녀의 출발선이 밀린다. 자녀를 도와주는 것이 사랑의 표현인지, 노후를 위협하는 선택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청년 자산 양극화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 세대의 자산, 청년 세대의 주거, 노동시장의 격차, 사회 이동성에 대한 믿음이 한꺼번에 얽힌 문제다. 같은 청년이라도 누구는 자산을 불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누구는 이번 달을 넘기는 방법을 고민한다.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미래를 살기 시작한 것이다.

세대 갈등만으로는 이 장면을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세대 내부의 균열이다. 청년은 하나의 세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출발선을 가진 여러 삶의 묶음이 되고 있다. 부모 찬스와 무지출 챌린지 사이에서, 노력의 의미도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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