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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떠올리며 치매공공신탁 설계했죠”

입력 2026-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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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희 국민연금 재산관리지원추진단장 인터뷰

[먼슬리이슈]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정순희 국민연금 재산관리지원추진단장 인터뷰

▲정순희 국민연금 재산관리지원추진단장이 국민연금공단 본사 사무실에 배치된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정순희 국민연금 재산관리지원추진단장이 국민연금공단 본사 사무실에 배치된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설계했습니다.”

5월 어느 날, 전북 전주 본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순희 국민연금 재산관리지원추진단장은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이하 치매공공신탁)’를 설명하며 80대 어머니를 떠올렸다. 경증 치매가 있는 어머니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며 치매공공신탁을 구상한 것이다.

치매공공신탁은 정 단장이 미래기획단장 시절 약 2년간 연구한 사업이다. 올해 4월 시범 사업으로 시행되면서 국민연금 내 담당 조직인 재산관리지원추진단이 신설됐고, 정 단장은 설계에 이어 사업을 총괄하는 재산관리지원추진단장을 맡았다.

치매공공신탁은 사회적으로 아직 낯선 ‘신탁’과 직접 겪기 전까지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치매’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까다로운 사업이다. ‘치매머니(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를 향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치매머니를 관리할 시스템은 미비했다. 수익을 우선하는 민간 영역에서 선뜻 나서기 어려운 만큼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였다. 특히 치매 당사자와 그 가족이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선도 중요했다. 정 단장은 치매 가족의 입장에서 제도를 고민하며 치매공공신탁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정 단장은 치매공공신탁 시범 사업 시행 이후 제도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청은 가까운 국민연금공단이나 시·군·구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할 수 있다. 수많은 문의가 곧바로 신청·계약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역시 개인별 차도가 상이한 ‘치매’라는 질환과, 상속의 개념이 강한 ‘재산’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부모님의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공공신탁을 신청하고 싶어도 실제 재산을 관리하는 형제의 반대에 부딪힐 것을 염려해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공단이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상담에 상당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정순희 국민연금 재산관리지원추진단장이 국민연금공단 본사 사무실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정순희 국민연금 재산관리지원추진단장이 국민연금공단 본사 사무실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부동산 신탁 포함 여부, 신중하게 검토해야

시범 단계에서 치매공공신탁에 맡길 수 있는 재산은 현금, 지명채권(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이다. 다만 고령자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만큼 부동산을 신탁재산에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

정 단장은 부동산 신탁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부동산의 경우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분들도 계십니다. 만약 신탁재산 범위에 부동산을 추가한다면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해요. 이런 이유로 부동산은 본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별지출 신청 시 적정 심의 후 결정, 재산 착취 방지

정 단장은 치매공공신탁의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로 재산 착취 방지를 꼽았다. 치매공공신탁에 재산을 맡기면 병원 진료비 등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있도록 관리할 뿐만 아니라 재산이 잘못 쓰이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공공신탁을 이용하면 사전에 마련한 재정 지원 계획에 따라 지출해야 한다. 다만 갑작스럽게 병원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먼저 지출하고 사후에 증빙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재정 지원 계획에 없던 특별지출 요청이 들어오면 국민연금은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를 열고 심의한다. 심의 결과 특별지출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신청을 반려한다.

“목돈을 달라는 특별지출 신청을 받으면 지원인의 얘기도 듣고, 현장에 직원들이 직접 나가 대상자 주변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별지출 건에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출은 승인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시스템, 어려워 말고 상담받길”

정 단장은 치매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치매공공신탁은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직 어르신들은 본인의 재산을 남에게 맡기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공공신탁은 어르신들의 재산을 사기나 갈취로부터 안전하게 보관·관리하기 때문에 자기 결정권을 존중할 뿐 아니라 가족의 재산 관리 부담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이 제도가 누구나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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