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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에 사라진 중국대학 학과들, 실버경제가 채울까

입력 2026-05-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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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대체 가능 전공 축소, 초고령사회 대비 교육은 확대… “고령친화 인재 키워야”

▲중국 상하이시 '상하이시 재활보조기기·요양기술 혁신제품 체험관’ 내부에 복지용구 체험을 위해 꾸며놓은 쇼룸의 모습.(이준호 기자)
▲중국 상하이시 '상하이시 재활보조기기·요양기술 혁신제품 체험관’ 내부에 복지용구 체험을 위해 꾸며놓은 쇼룸의 모습.(이준호 기자)

최근 중국 대학에서 외국어 전공이 잇따라 폐지되거나 모집을 중단하고 있다는 소식이 국내에서도 화제다. 한국어와 일본어 등 일부 외국어 전공이 조정 대상에 오르면서, AI 번역 시대에 외국어 교육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반면에 AI가 대체할 수 있는 전통 지식서비스 전공이 줄어드는 한편,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스마트 건강양로(돌봄), 노인서비스관리, 의료·요양 융합, 고령친화 제품 개발 등 은발경제(실버경제) 관련 교육은 직업교육과 응용형 대학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학의 변화는 AI가 기존 전공의 효용을 다시 묻고, 고령화가 새로운 산업 교육의 필요성을 키우는 구조적 전환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AI로 대체 가능성이 커진 지식서비스 전공이 축소 압력을 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은발경제와 양로산업을 떠받칠 돌봄·기술 융합형 인재 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장쑤성 대학들의 최근 학부 전공 조정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이달 초 중국 시나재경 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장쑤성 대학들은 2025년도 학부 전공 조정에서 151개 전공을 새로 만들고 55개 전공을 폐지했다. 신설 전공의 70% 이상은 이공·농학·의학 계열이었고, AI 관련 전공만 25개에 달했다.

폐지 대상에는 한국어와 일본어, 전자상거래, 관광관리, 마케팅, 공상관리, 방송텔레비전학, 광고학 등이 포함됐다. 외국어 전공 축소는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과거 외국어 능력 자체가 전문성이던 시대와 달리, AI 번역과 생성형 AI가 일상화되면서 단순 언어교육 중심 전공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대학이 새로 늘리는 전공을 보면 변화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AI, 스마트제조, 집적회로, 합성생물학, 저고도경제, 바이오의약 등 국가전략 산업과 맞물린 전공이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고령화에 대응한 스마트 돌봄, 노인서비스관리, 의료·요양 융합, 고령친화 제품 개발 관련 교육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 인구 추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3억 212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8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인구 역시 2억 230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87%를 기록했다. 고령화는 더 이상 복지 영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소비, 노동, 교육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요인이 됐다.

중국 정부도 실버경제를 국가 차원의 성장 분야로 다루고 있다. 2024년 국무원 판공청은 ‘은발경제 발전과 노인복지 증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실버경제를 전면에 내건 국가 단위 정책 문건으로 평가된다. 이 문건은 고령친화 제품, 스마트 돌봄, 재활보조기기, 노후금융, 실버관광, 주거 개조 등을 주요 영역으로 제시했다.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실버경제 규모는 현재 약 7조 위안, 한화 약 1554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의 약 6% 수준이다. 2035년에는 약 30조 위안, 한화 약 6660조 원으로 커져 국내총생산의 10%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령화가 부담을 넘어 새로운 소비와 산업의 기반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직업교육과 응용형 대학을 중심으로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교육부와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해 3월 고등직업교육의 ‘의양조호(의료·요양 돌봄)와 관리’ 전공 건설을 강화하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의료와 양로, 돌봄 등이 결합된 인재를 제도적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최근 개설이 늘고 있는 ‘스마트 돌봄 서비스와 관리’ 전공도 대표적 사례다. 이 전공은 노인 돌봄, 노인 평가, 치매 노인 돌봄, 양로기관 운영관리, 양로서비스 기획과 상담 등을 수행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전통적인 요양보호 인력 양성을 넘어 정보기술과 스마트 장비, 플랫폼을 활용해 고령자 서비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인력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 차원의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충칭시는 도시관리직업학원에 ‘스마트 돌봄 서비스와 관리’ 전공을 두고 의무장학생 양성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졸업 뒤에는 지역 내 돌봄 서비스기관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대학 교육이 산업 수요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대학 전공은 학문 분류를 중심으로 짜였지만, AI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공의 기준은 ‘어떤 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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