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령 택시기사 ‘페달 블랙박스’ 지원

고령 운전자 사고가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아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택시 운전자의 페달 조작 상황을 기록하는 ‘페달 블랙박스’ 설치 지원에 나선다. 사고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불필요한 논란과 분쟁을 줄이고, 운전 습관 개선까지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를 대상으로 페달 블랙박스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원 규모는 총 400대이며 차량 한 대당 최대 25만 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개인택시 사업자는 차량 1대, 법인택시는 최대 10대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공고 기간은 3월 9일부터 24일까지이며 신청 접수는 3월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는 최근 잇따른 고령 운전자 사고 논란이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인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인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 운전자의 경우 운행 시간이 길고 승객 안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사고 원인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크다. 그러나 기존 차량 블랙박스는 주행 영상 중심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사고 당시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중 무엇을 밟았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페달 블랙박스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전면과 후면, 차량 내부 영상뿐 아니라 페달 조작 장면까지 함께 기록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 속도와 주행 영상, 페달 조작 패턴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사고 직전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장치를 통해 교통사고의 사실관계를 신속하게 규명하고 보험이나 행정, 사법 절차에서 판단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사업자 가운데 운전자 연령과 월평균 운행거리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개인택시는 사업자 연령과 운행거리, 법인택시는 만 70세 이상 운수종사자 비율과 운행거리 등을 평가해 지원 대상이 결정된다. 최종 대상자는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4월 중 확정되며, 선정된 차량은 5월에서 6월 사이 서울시가 제시한 최소 사양을 충족하는 장비를 구매해 설치해야 한다.
페달 블랙박스에는 여러 기능이 포함된다. 전후방 영상은 풀HD급 이상으로 기록되고 실내 카메라와 페달 카메라도 함께 장착된다. GPS를 통해 차량 위치와 이동 경로, 속도와 시간 정보도 함께 저장되며 사고 발생 전후 상황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기능도 갖춘다. 이를 통해 단순히 사고 책임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운전자의 반복적인 실수나 위험한 운전 습관을 파악해 개선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서울시가 이 사업을 택시업계부터 시작한 이유는 운수 종사자의 고령화와도 관련이 있다. 개인택시 운전자의 상당수가 60대 이상으로 고령 운전자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안전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동시에 고령 운전자 사고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커지는 만큼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서울시는 이번 장치 도입이 고령 운전자에게 불리한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제 운전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급발진 여부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민원이나 법적 분쟁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원인 규명이 명확해지면 보험 처리나 책임 판단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단순히 규제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과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운전은 많은 중장년층에게 생계와 이동권을 동시에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고령 운전자 운행 환경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고령 운수 종사자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안전 장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