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과학연구원 분석 "70세 이후 저하 뚜렷"...면허 관리 기준 재검토 필요
최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발생한 택시 돌진 교통사고는 고령운전자 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높이고 있다. 사망자 1명과 다수의 부상자를 낳은 이번 사고는 고령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단순히 '나이'가 아닌 '인지 반응'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이 발간한 '교통안전연구' 최신호에 실린 '고령운전자 연령집단별 인지반응 특성 분석을 통한 정책점 시사점 도출 연구'에 따르면 고령운전자의 인지 반응 능력은 70세 이후부터 뚜렷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운전 인지기능 검사 장비를 활용해 만 64세 이하 운전자 25명과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61명, 총 8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자극반응, 상황인식, 위험지각 등 실제 운전과 밀접한 3개 항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고령운전자는 모든 검사에서 비고령운전자보다 반응 시간이 길고 정답률이 낮았다. 특히 70세를 기점으로 반응 속도와 정확도가 동시에 저하되기 시작했고, 75세 이상에서는 저하 폭이 더욱 커졌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운전 수행 능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 변화로 해석했다.
주목할 점은 현행 제도와의 간극이다. 현재 정부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 단축과 인지선별검사,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인지 반응 저하가 이미 70세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했다.
적성검사 방식의 한계도 지적됐다. 현재 운전면허 적성검사는 시력 검사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연구 결과 사고 위험과 직접 연관이 있는 요소는 시력보다 반응 속도, 상황 인식, 위험 판단 능력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개인별 인지 반응 능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도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건부 운전면허나 맞춤형 교육을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지 반응이 느린 운전자에 대해 주행 시간이나 구간을 제한하거나, 보조 운전 장치 장착을 조건으로 운전을 허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단순한 인지기능 검사만으로는 실제 운전 능력을 반영하기 어려워 도로주행평가나 가상현실(VR) 기반 운전능력평가 등 실제 운전 환경과 유사한 보완적 평가 체계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실험참여자 규모가 제한적이므로 결과 해석과 일반화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다만 고령운전자 문제를 단순히 '연령 제한'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실제 위험 요인을 조기에 파악해 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고령운전자 사고를 개인의 책임으로 묻기 전에 제도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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