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노인의 날] 확대되는 노인복지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정부 역시 고령화와 노인복지를 고려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중심으로 새롭게 시행되거나 확대되는 노인복지 정책을 살펴봤다.

가장 큰 변화는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대표되는 요양·돌봄 정책이다. 내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입소하지 않아도 거주하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노후 소득 버팀목인 기초연금과 생계급여가 인상되고, 어르신들에게 ‘사회적 역할’을 주는 노인 일자리도 늘어난다. 고령자 통합장려금과 치매 안심 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 대중교통 정액패스 등 새로운 사업들도 추진된다.
요양병원·요양시설 아닌 ‘살던 집에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중심의 현행 돌봄 체계는 한계가 뚜렷하다. 만성질환이나 노화로 혼자 생활하는 게 불편한 어르신은 의료, 요양, 돌봄, 복지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는 각 지원이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료를 이용하려면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장기요양보험에 따른 요양 서비스가 필요하면 요양보호사 방문을 신청해야 한다. 식사나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주민센터 등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내 복지법인·단체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필요한 지원이 많을수록 지원을 받는 게 어려워지는 구조다. 이런 문제는 독립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의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원·입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해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통합돌봄 대상자로 선정되면 대상자가 처한 상황이나 욕구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후에는 지원 계획에 따라 방문간호, 보호·목욕, 일상생활 지원, 왕진·원격진료 등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한다. 이처럼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전국 813개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지원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통합돌봄 모델을 만들고, 어르신들이 더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노쇠 예방 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한다. 서비스 신청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하면 된다.
노인 일자리 5만 4000개 확대
내년에는 노인 일자리가 115만 2000개로 올해보다 5만 4000개 늘어난다. 일자리 유형별로 공익활동형은 1만 7000개, 사회서비스형은 3만 6000개, 민간형은 1000개 늘린다.
공익활동형은 노인 일자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이다. 월 30시간 이내로 동네 환경미화, 스쿨존 교통정리 등 가벼운 봉사활동을 하면 월 30만 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는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일반적인 일자리 사업과 다르다. 은퇴한 어르신들이 사회에 참여해 대인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면서 고립감을 해소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공익활동형 일자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수급자를 제외한 기초연금 수급자가 신청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도 소득·재산이 기준에 미달하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일자리 공급량이 제한돼 일부 지역에서는 연령, 기존 노인 일자리 참여 이력 등을 기준으로 제외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형은 어르신의 경험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사업이다. 월 60시간 활동에 주휴수당을 포함해 약 76만 원을 지급한다. 교사 출신 어르신이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간호사 출신 어르신이 보건소에서 건강 상담을 돕는다. 이 밖에 어린이 등하교 안전 도우미, 시니어 안전 모니터링 등 다양한 역할이 있다. 참여 자격은 만 65세 이상이지만, 전문 기술이 필요한 일부 직무는 60세 이상도 신청할 수 있다. 민간형은 기업에서 어르신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정부는 해당 기업에 인건비나 사업비 일부를 지원한다.
노인 일자리는 일반적으로 연말연초에 집중적으로 모집한다. 주소지의 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 주민센터 등에 문의하면 자세한 내용을 안내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생계급여, 대상 늘고 지원 금액 인상
기초연금 기준 연금액은 월 34만 9360원으로 올해보다 6850원 오른다. 기초연금은 매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만큼 자동으로 인상한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은 소득·재산을 모두 고려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하위 70% 어르신(만 65세 이상)이다. 어르신이 늘수록 수급자도 늘어나는 구조로, 내년 수급자는 799만 명으로 올해보다 43만 명 는다. ‘부부 감액’ 개선은 국회로 넘겼다. 부부 감액은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수급할 때 연금액의 20%를 감액하는 제도다. 새 정부 공약과 국정과제 초안에서 제시됐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진 않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확대한다. 생계급여 등 수급 대상 선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이 내년에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되고,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제도가 완전히 폐지된다.
기준 중위소득이 오르면 그만큼 선정 기준액이 되는 소득인정액도 오른다. 기존에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액에 해당해 생계급여를 못 받았다면, 앞으로는 소득인정액과 인상된 선정 기준액 간 차액을 생계급여로 받는다. 기존 수급자는 높아진 선정 기준액만큼 급여액이 오른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제도가 폐지되면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의료급여 혜택을 못 보던 어르신들이 새로 의료급여 혜택을 받게 된다. 여기에 요양병원 간병비도 의료급여 지원 항목에 포함돼 수급자인 어르신의 의료비·간병비 부담이 낮아진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노인복지 정책이 아니나, 수급자의 40% 이상이 어르신이란 점에서 어르신들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장년을 위한 신설 사업
내년에는 신설 사업도 많다. 먼저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월 30만 원씩 최대 3년간 지원하는 고령자 통합장려금이 시행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추세인 상황에서 숙련된 고령층의 경험을 활용하고, 은퇴한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은퇴 계층 대상 일손 부족 일자리 동행 인센티브도 도입된다. 이는 특화 교육훈련을 이수한 50세 이상 은퇴 계층이 구인난 업종에 취업할 때 최대 36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치매 안심 재산관리서비스는 시범사업으로 추진된다. 치매로 판단력이 흐려진 어르신이 전화사기 등에 넘어가 재산을 잃지 않도록 국가가 신탁 방식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오직 어르신의 병원비와 간병비 등 복리를 위해서만 사용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 대중교통 정액패스가 도입된다. 정액권을 구매하면 월 20만 원 한도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정액권 가격은 대상과 이용 범위에 따라 다르다. 지하철·버스 정액권은 일반권이 6만 2000원이지만 어르신은 5만 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GTX와 광역버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은 일반권이 10만 원이지만 어르신은 9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지출한 교통비의 일부를 환급받는 ‘K-패스’도 어르신의 환급률이 기존 20%에서 30%로 상향된다.
한편 내년에 확대되는 노인복지 사업들은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 기준이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예산액이 증·감액되면 일부 사업은 축소되거나 더 확대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