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관계 원하지만 구인 활동은 3.8%뿐… “결혼보다 일상 공유 관계 선호”

일본의 50세 이상 미혼자 10명 중 9명 이상은 일상생활에서 중간 수준 이상의 외로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연인이나 파트너를 원한다고 답했으나, 실제로 교제 상대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은 3.8%에 그쳐 욕구와 실제 행동 간의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중장년층 대상 관계 연결 플랫폼 ‘하하로루’ 운영사인 ‘초라쿠초주(超楽長寿)’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0대 이상 미혼자의 연애·파트너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일본 전국 50~79세 미혼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2.5%가 ‘높은 외로움층’, 31.5%가 ‘중간 외로움층’으로 분류됐다. 두 집단을 합산하면 미혼 시니어의 94.0%가 만성적인 외로움 위험군에 속하는 셈이다.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대화 상대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파트너가 없는 미혼 시니어 500명을 대상으로 별도 문항을 조사한 결과,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72.7%, 여성 54.5%로 집계됐다. 식사 등 물리적인 고립보다 하루의 감정을 공유할 소통 대상이 없다는 점이 중장년 미혼층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중장년 미혼층이 원하는 관계는 기존의 법적 혼인 관계와는 차이를 보였다. 새롭게 얻고 싶은 관계 유형을 묻는 질문에 남녀 모두 ‘동성 친구(남 74.6%, 여 78.4%)’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반면 ‘결혼 상대’를 원한다는 응답은 전체 41.2%(남 45.4%, 여 29.9%)로 가장 낮았다. 혼인에 따른 제도적 책임보다는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수평적 유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 파트너를 원하는 비율은 전체의 60.2%(남 66.1%, 여 44.0%)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이 관계에 기대하는 요소는 감정적 설렘보다 정서적 안정에 치우쳐 있었다. 새로운 관계에서 기대하는 점으로 “꾸미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어 편안한 관계”라는 응답이 남성 62.3%, 여성 69.8%로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두근거림이나 설렘 같은 연애 감정”을 원한다는 응답은 16.2%에 머물렀다.
반면 관계에 대한 욕구와 달리 실제 행동력은 낮았다. 파트너를 원하는 이들 중 “현재 교제 상대를 만나기 위해 활동 중”이라고 답한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나머지 96.2%는 교제 상대를 찾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니어 전용 온라인 매칭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역시 10%대에 머물렀다. 거부 요인으로는 “범죄 우려 등으로 무서운 인상이 있다(31.6%)”, “젊은이들이 쓰는 것(26.0%)” 등이 꼽혔다. 다만 “서비스 이용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 부끄럽다”는 응답은 지난해 14.9%에서 올해 6.8%로 감소해, 중장년층의 이용 장벽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중장년·고령층이 안심하고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외로움과 고립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고령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일본의 현상은 1인 가구 증가와 중장년층 고립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국내 고령자 및 독거 가구 대책은 안부 확인이나 고독사 예방 등 일차적인 생존 확인에 집중되어 있다. 고령층의 만성적 외로움을 완화하고 대인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지원 체계는 미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돌봄 서비스의 확대뿐만 아니라 소통과 교류를 지원하는 ‘관계 중심형 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