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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와 이웃을 잇다 ‘시니어잇’

입력 2025-09-10 07:00

생활 맞춤형 돌봄 플랫폼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노인을 위한 돌봄 수요도 세분화되고 있다.

단순한 요양이나 간병을 넘어,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생활 맞춤형 돌봄 플랫폼 ‘시니어잇(Seniorit)’은 해당 흐름에 맞춰 고령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관계 중심 돌봄’을 제안한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곁에 있어 줄 사람이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윤승환 시니어잇 대표는 오랜 해외 생활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국내 노인 돌봄 구조의 한계를 절감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전화 통화만으로는 부모님의 일상을 충분히 살필 수 없었고, 직접 곁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느꼈다.

막상 한국에 돌아와 보니 이런 상황은 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내 돌봄 시장은 주로 장기 요양 등급자를 중심으로 운영돼, 일상적인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들이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요양 등급을 받지는 않았으나 일상에 보탬이 필요한 고령자를 ‘비트윈 시니어’로 정의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생활 돌봄 플랫폼 ‘시니어잇’을 구축했다.


익숙함에서 얻는 안정

보건복지부가 2023년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87.2%가 건강이 허락한다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48.9%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지금의 집에서 생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익숙한 환경에서 나이 들기를 원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은 단순한 주거 선호를 넘어, 노후 삶의 안정감과 정서적 만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윤 대표는 “대전에서 서울로만 이사해도 어르신에겐 외국으로 이민 가는 것만큼 큰 변화”라고 표현했다. 생활환경이 바뀌면 친구나 이웃, 단골 가게 등 사회적 관계망이 끊기고 외로움과 고립감이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시니어잇은 대상의 특성을 반영해, 서비스 신청이 들어오면 거주지 반경 15~30분 이내의 ‘프렌즈(Friends)’를 48시간 안에 우선 매칭하는 데 힘쓴다. 이들은 주로 50~60대 중장년층으로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간병인 등 관련 자격과 경력을 갖춘 인력이다. 선발 과정은 서류심사와 인터뷰로 진행되며 응급 대응, 병원 동행 요령, 첫 만남 가이드 등의 교육을 이수한 뒤 활동에 나선다. 건강한 시니어가 또 다른 시니어를 돌보는 ‘노노케어’ 모델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셈이다.


정서적 연결까지 대응

매칭된 프렌즈는 장기적으로 동일한 시니어를 담당하며 병원 동행, 식사 보조, 산책, 말벗 등 다양한 일상 활동을 지원한다. 단순히 일손을 돕는 수준을 넘어 시니어의 삶에 정서적 연결을 회복시키는 역할이 핵심이다.

윤 대표는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프렌즈를 배정해 안정감을 높일 수 있고, 긴급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 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지방에서 홀로 생활하던 어르신이 건강검진을 위해 타 지역 병원까지 가야 했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았다. 시니어잇을 통해 매칭된 프렌즈가 집 앞부터 병원까지 동행한 뒤 진료 결과를 보호자에게 전달했다. 그 덕에 자녀는 “가족이 함께 다녀온 듯 꼼꼼하고 섬세했다”며 안심했고, 낯을 가리던 어르신도 매주 방문하는 프렌즈를 ‘딸’이라 부르며 반기게 됐다.


기술과 결합, 서비스 고도화

▲시니어잇 사이트 캡쳐
▲시니어잇 사이트 캡쳐

시니어잇은 돌봄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고자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 고도화를 준비 중이다. 현재 프렌즈가 작성한 ‘안심 리포트’를 보호자에게 전송하는데, 이에 더해 올 하반기에는 사물인터넷 (IoT) 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건강·생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이상 징후를 즉시 알리고, 방문 일정이 없는 날에도 보호자가 부모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케어’ 모델 구축이 목표다.

윤 대표는 “시니어잇은 단순한 돌봄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 중심의 체계를 지향한다”며 “멀리 있는 가족을 대신해 이웃이 부모님의 하루를 살펴주는 것이 기본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초고령사회의 흐름 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돌봄 구조를 꾸준히 다져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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