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최대 30% 완화’ 담은 개선안 발표… 고령화 대응 시설 등 수용 조건

‘9988 서울 프로젝트’는 실버·데이케어센터 등 고령자 돌봄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 중심 돌봄·건강 체계 강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 △어르신의 사회 참여 및 여가·문화 활성화 △고령친화적 도시 환경 조성의 4대 분야 10개 핵심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를 실현할 물리적 공간과 비용이다. 서울시는 2040년까지 서울 전역에 시립·구립 공공 실버케어센터 85곳을 조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시설은 35곳으로, 50곳을 더 늘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했지만 구체적인 설립 목록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시 측은 저활용 유휴지 및 공공기여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공공기여, 즉 기부채납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저활용 유휴지의 경우 부지 확보 자체도 문제지만, 건설비를 모두 시 예산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행 자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실버케어센터 건설비용은 약 200억 원 내외”라고 말하고, “유휴지라 하더라도 지역 주민의 반대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서울시 측은 재건축 현장의 기부채납을 통한 실버케어센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건축 현장의 경우 공공성과 사업성을 따져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진행하기 때문에 재건축 조합 측과의 조율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순탄한 것은 아니다. 대표 사례가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현장이다. 서울시는 이 단지에 용적률 400% 상향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데이케어센터를 기부채납 시설로 반영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노인요양시설은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조합 측은 당초 협의 당시 제안된 과학체험관·문화시설 등은 제외된 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갑작스레 변경됐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데이케어센터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신통기획을 취소할 수 있다고 통보하면서 조합도 결국 수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 측도 서울시의 데이케어센터 요구에 반발했지만, 신통기획 불발을 걱정해 수용한 바 있다. 송파 헬리오시티 아파트는 지난 2016년 서울시가 노인요양시설인 ‘송파실버케어센터’를 120억 원을 들여 짓기로 했지만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신반포7차 재건축사업에서도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추진하기로 사전기획단계에서 확정됐으나, 조합원 일부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 측은 국토교통부 측에 ‘공공주택 노인요양시설 설치 의무화’를, 보건복지부 측에는 ‘기부채납 조합원의 시설 우선입소 규정’을 반영하는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했지만 곤란하다는 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관련 시설은 요원하지만, 현행법상 실버·데이케어센터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반발 현장의 조합원들도 해당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조합원이나 단지 주민의 우선권 등의 인센티브가 없다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기부채납 시설과 복합적으로 설립을 기획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일 서울 시내 노후 주거지를 재건축·재개발할 때 육아·양육 지원시설이나 노인 돌봄시설 등을 설치하면 용적률을 최대 30%포인트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재정비촉진계획(재정비촉진지구 내 주택정비형재개발사업) 수립기준 2차 개선안’을 도시재정비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번 정책에 따라 정비사업 구역 내 △공공산후조리원, 공동육아나눔터, 키움센터 등 저출산 대응 시설 △데이케어센터, 노인요양시설, 종합복지관 등 고령화 대응 시설 △세대구분형 주택 △1인 가구용 소형 주택(전용면적 40·50·60㎡ 미만)을 도입하면, 항목당 10%포인트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다만, 최대 세 항목까지만 인정돼 최대 30%포인트까지의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 사업성이 낮은 지역의 경우 두 가지 항목만 도입하더라도, 기존 정비사업에서만 제공되던 사업성 보정 인센티브 10%를 추가로 적용받아 동일한 수준의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개선안은 정비계획 신규 수립뿐 아니라 기존 계획 변경 시에도 적용돼 실버케어센터 등 고령화 대비 시설 확보에 빠르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재건축 조합원들은 기부채납에 인색한 경향이 있어 일부 반발이 예상되지만, 공동 주민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되는 2000세대 이상 사업장 입장에서는 용적률 10% 인센티브만으로도 일반 분양물량이 늘어나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노인 돌봄시설의 혐오시설 취급은 과거부터 민간 시설 건립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들여다보면 주민 중 상당수가 노인시설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한 선입견을 갖고 무작정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고, “초고령사회 진입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 돌봄시설은 향후 ‘초품아’ 아파트처럼 거주지역의 프리미엄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주민들은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