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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은퇴하고 작가로 변신, 74개국을 누비고도 여전히 세계여행 중!

기사입력 2025-05-28 07:04

[북인북] 쨍쨍(최순자) 작가의 신나는 은퇴기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이미 분노는 온데간데없고 우루과이 찬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분노에서 찬양으로 갈아타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가볍디가벼운 나란 인간… 사랑한다, 사랑하고말고!

하지만 이것이 아마 나의 긴 여행의 원동력이지 않을까?

분노하다가도 바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가벼움!

분노만 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다!

-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97p

‘파이어(FIRE)족’이라는 단어가 확산되기도 전, 과감히 은퇴 후 어디든 떠났다. 26년 6개월간의 교직 생활, 학교 여행에 마침표를 찍고 20년째 학교 밖 여행을 이어가는 쨍쨍의 이야기.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여자, 혼자, 세계를 누빈 지 20년. 올해로 65세인 그는 여전히 ‘쨍쨍’한 여행 원동력을 바탕으로 배낭을 둘러멘다. 불쑥 교사를 그만두고 여행자로 살겠다고 결정한 일은 지금 곱씹어봐도 한 치의 미련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늘 남의 눈치보다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쨍쨍은 ‘자유’라는 단어 그 이상으로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 같지는 않다. 타지에서 여권을 도둑맞아 불법 입국자 신세로 갇혀 있거나, 입국심사에서 ‘다음 여행지는 안 정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가 반나절을 대기실에서 보내고, 경비 계산을 잘못해 기껏 도착한 여행지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그때마다 “어휴, 어쩔 수 없지. 이런 나를 내가 사랑해야지. 사랑한다, 쨍쨍!”이라며 훌훌 털어낸다.

더불어 이 왁자지껄한 생활을 정돈하고 가라앉히는 방법이 또 있다. 바로 글쓰기. 무한한 평화를 수혈하며 잠깐이나마 문학소녀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렇게 쌓인 글은 신간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가 됐다.

작은 실수로 일정을 망치는 일은 흔하다.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곧잘 나아가다가도 삐끗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만약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세계가 두렵다면, 쨍쨍의 신간을 슬쩍 엿보는 건 어떨까. ‘혼여행’의 매력은 물론 삶을 사랑하는 비결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쨍쨍 작가의 저서와 사인(브라보 마이 라이프)
▲쨍쨍 작가의 저서와 사인(브라보 마이 라이프)

여행자 쨍쨍의 시작

‘오불생활자클럽’.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지 않은 시절,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세계 일주 관련 카페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 속 글들에 매료된 쨍쨍은 그날 밤을 꼬박 새웠다. 세계 여행은 그의 오랜 꿈이자 로망이었는데, 이미 이뤘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글이 있었다. 그와 같은 초등교사로서 명예퇴직을 하고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작성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밝히며 어떻게 하면 명퇴 결심을, 세계여행 결심을 굳힐 수 있나 물었다. ‘독신에, 연금 생활이 가능하며, 여행을 무지하게 좋아하면 걸리는 것이 뭐가 있느냐. 그냥 떠나시오!’라는 명확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뭉그적거리다 메일에 적힌 연락처로 직접 전화했다. 한 차례 하소연을 하다 갑자기 날아온 호통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어휴, 니 그 돈 언제 다 쓸래?!’

사랑하는 아이들과 헤어지는 게 쉽지는 않았다. ‘쨍쨍’이라 불러주던 얼굴들이 아른거렸지만 학교 밖 여행을 위해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2009년 여름이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엉망진창이어도 괜찮아

네팔, 러시아, 스리랑카,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인도, 태국, 세네갈,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모로코, 그리스, 스위스, 스페인, 영국, 프랑스, 멕시코, 미국,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뉴질랜드, 호주…. 찾아다닌 나라는 약 74개국(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이 순간에도 쨍쨍은 이곳저곳 누비고 있을 터라,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그렇게 쨍쨍식 세계지도를 그리는 과정은 너무나도 즐거웠다고. 그곳의 바람, 향기, 햇빛의 감촉, 사람 소리는 실제로 가봐야만 느낄 수 있다. 수년에 걸친 여행자 생활과 감상은 블로그에 틈틈이 기록했다.

“당장 집 현관을 나서서 발길 닿는 모든 과정이 여행이에요.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추억은 덤이고요. 짜릿한 순간을 SNS에 남겨두는 건 중요한 일 같아요. 주변에 자주 권할 정도로요. 멋있는 문장을 뽐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의 역사를 남긴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거죠. 물론 그간의 일들을 압축하려면 좋은 인연이나 기억을 골라내야 하니 어렵긴 하지만 그 사람만의 흔적은 값을 매기기가 힘들 만큼 가치 있잖아요. 모여서 책이 됐다니 기쁨이 커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랬다. 지금껏 내가 만난 태국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친절했다.

그래서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지금의 당신처럼,

내가 난관에 부딪혀 있으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으니까.

(…) 아버지, 사람 좋아하는 내게 살아생전 “자야, 니 사람 무서운 줄 알아야 한데이” 하셨죠.

나는 그 말을 자꾸만 자꾸만 까묵습니다.

아부지요, 하지만 저래 좋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아부지.

-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41~42p


쨍쨍처럼? 그저 나답게!

‘쨍쨍처럼 태어나고 싶어요!’

그가 직접 주최한 모임을 비롯해 여러 행사에서 꽤나 자주 듣는 말이란다. 하지만 인생의 이면은 누구나 존재하는 법. 신간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에는 목표나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 호되게 당하는 쨍쨍의 모습과, 그에게 불쑥 구원의 손길을 내민 각국 친구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담겼다.

“이번 책은 곤경에 빠진 이야기가 많아서 좋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엉망진창 여행기를 통해 공감하고 용기를 얻었대요. 나로서는 사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지만요. ‘긴 하루’라는 챕터가 그 예죠. 끝나지 않을 듯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건 압둘라 같은 ‘천사’들 덕이었어요. 매번 울고불고하다가도 신기할 만큼 돌파구가 있었네요. 그럼 미리 정해두고 철저하게 움직이면 될 텐데, 그건 취향이 아니에요. 도달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니까요. 오죽하면 엄마가 ‘목표도 없는 X’이라고 했을까요.”

그럼에도 여행을, 새로운 도전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그는 ‘서툴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잘’ 놀아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기보다 그저 일상을 유지하되 장소나 환경만 바뀌는 셈 친단다.

“대단하다고들 말하지만 매번 좋지만은 않죠. 당뇨도 있고, 허리도 아파요. 영어 L과 R의 발음 구분은 여전히 어렵고요. 그렇게 따지면 여러분이 더 대단해요. 마음 안 맞는 사람과도 조율하면서 여행하잖아요. 배려하고 양보하는 정신이 투철하지 않고는 못할 일이죠. 전 같이 못 해서 혼자 다녀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 거예요. 떠나기 망설여질 때 중요한 건 열린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삶도 마찬가지로 끝없이 어두운 터널이 이어진 듯해도 언젠가는 나아지더라고요. 잘하려는 욕구를 버리고 그냥 해보면 어떨까요? 남이 나보다 더 나아 보인다고 따라 하려 하지 말고, 편한 대로. 그걸 알려준 천사들처럼 저도 누군가의 천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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