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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노후 보내려면? 어린이 관찰하며 얻은 ‘어른의 모습’

기사입력 2025-02-26 08:39

[명사와 함께하는 북인북] 김소영 작가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세상의 어떤 부분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을 때,

변화를 위해 싸울수록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만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미래에서 누군가가 와서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미래에는 나아진다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미래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어린이다.

- ‘어떤 어른’, 123p

어린이가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라면, 어른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밑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일 터.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되기로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김소영 작가의 신간 ‘어떤 어른’을 통해 그 모습을 가늠해보자.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어린이라는 세계’로 2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김소영 작가가 4년 만에 신간 ‘어떤 어른’을 펴냈다. 전자는 어린이라는 존재를 고유한 세계를 가진 개인이자 동료 시민, 다음 세대로 호명하는 작업이었다면, 후자는 어린이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의 자리를 살피고 어린이가 자라기까지 필요한 어른의 역할을 탐색하는 에세이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지금은 독서 교실 선생님으로, 어린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잘 지내보고자 하는 김소영 작가의 마음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이 책은 그가 지난 4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받은 독자의 질문에 신중하고 성실하게 응답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국내외 크고 작은 책방, 도서관, 강연장에서 수많은 독자를 만나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던 터. 하지만 단박에 ‘어린이를 존중하는 어른’, ‘다정한 어른’과 같이 명쾌히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오늘날 어린이와 어른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어디에서 마주치고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일이 먼저였다.

작가는 ‘어떤 어른’에 자신의 일터인 독서 교실을 비롯해 세탁소, 동네 식당, 산책로 같은 일상 공간과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린이의 시선이 닿는 자리에 있어야 할 어른의 모습을 서서히 짐작하게 된다.

▲김소영 작가의 저서와 사인(브라보 마이 라이프)
▲김소영 작가의 저서와 사인(브라보 마이 라이프)

어린이에서 확장될 세계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의 사정을 헤아리기 위해 힘쓰는 어른 중 한 명이다. 어린이의 일상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고자 힘주어 말하고, 기록한다. 물론 어린이만 존중하자는 게 아니다. 보호와 옹호를 받은 그들이 너그럽고 섬세한 어른으로 자라 더 많은 차별을 찾아내면 ‘이상적인 사회’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미래를 최선의 상태로 만든다면, 나이 든 어른이나 장애인 등 상대적 약자가 건강한 돌봄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다양한 존재가 서로의 삶 가운데 자연스럽게 등장해 어려움을 해결하고, 덤덤히 퇴장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마냥 꿈같은 이야기라 여길 수 있지만, 어린이와 가까이 지내다 보면 그런 미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오늘의 어린이도 청소년을 거쳐 어른이 되고, 또 다음의 어린이를 대하게 되겠죠. 그러니 어린이에게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태도는, 결국 시민 전체를 향한 응원이자 존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린이는 모두의 공통분모이자 연결점이고, 이들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라 믿어요. 이러한 관점에서 집필할 때 한쪽에 어린이, 한쪽에 어른을 두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으려 했어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일행 중 네댓 살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있었다.

사장님은 아이 어머니인 듯한 분한테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걸, 반찬을 싸온 거야? 뭐야, 장조림이야?”

“네, 애가 매운 걸 못 먹어서요. 죄송해요.”

“근데 이게 뭐야, 왜 반찬을 밥뚜껑에 놨어?

그릇을 하나 달라고 하지. 있어 봐.”

아이 어머니가 “아이, 아니에요, 사장님. 그냥 먹어도 돼요” 하며

말렸지만 사장님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새 접시를 가져다주셨다.

“애기가 가오가 있지.”

- ‘어떤 어른’, 277p


사람들의 반응이 늘 우호적이진 않았다. ‘스쿨존’에서 일부러 장난을 치는 어린이들 탓에 사고가 나도 어른의 잘못이냐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 ‘노키즈존’은 어린이에 대한 명백한 차별임을 주장하는 김 작가를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키즈존’은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에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었음에도, 문제 상황만 고려해 쉽고 간단하게 차별과 배제를 해결책으로 택하다니요. 가게 형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어린이 손님을 받기 어려운 곳이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깨질 만한 장식품이 많아서, 난간이 위험해서, 음식이 뜨거워서 어린이가 돌아다니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출입을 제한한다고 애써 설명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해요.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자 동료니까요.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풀어야죠. 평등을 찾아가는 길은 원래 까다로운 법이에요. 이런 상황이 사회적으로 쉽게 허용된다면 ‘노시니어존’, ‘노휠체어 존’도 당연시되지 않을까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다양한 어른의 모습

어른이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함께할 미래는 변화한다. 어떤 모습을 갖출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개인의 형태는 더 파편화되고 있기에 정답을 하나로 단정할 순 없다. 지금 내가 어린이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떠올리는 단계부터 시작이다.

즐거운 과정은 아니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현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벅차서 다 내팽개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삶을 정돈하며 지내는 것만으로 본보기가 될 지도 모른다. 어린이와 어른은 그렇게 연결된다. 각자의 방법으로 어린이를 격려하고 위로하다 보면 어느덧 제 몫을 한다는 자부심이 가슴속 빈자리를 메울 테다.

“어린이에게는 다양한 어른이 필요해요. 어린이는 여러 모습을 보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궁리하며 커가는 것이 주된 일이거든요. 동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때, 모자 달린 외투를 머리에만 걸친 도련님 차림으로 신발주머니를 무릎으로 쳐가며 학교를 오갈 때, 어린이는 실재하는 어른을 봅니다. 알게 모르게 어린이 삶의 배경에 우리는 이미 등장하고 있어요. 그러니 평소에 멋있는 어른인 척하면 어떨까요. 의식을 갖다 보면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끼거든요. 주변을 정리하려 노력하고, 편의점 직원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겁니다. 어릴 적 좋아했던, 필요했던 어른이 되어주세요. 최소한의 품위를 갖추다 보면 어린이 역시 새로운 감각이나 달라진 가치관을 통해 종종 어른의 삶에 길잡이가 되어줄 거예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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