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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 단절 뒤, 어르신 인지 프로그램 강사로 찾은 행복

기사입력 2025-02-27 09:27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 북부권 도봉구치매안심센터 윤미진

▲도봉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 프로그램 강사로 일하고 있는 윤미진 씨.
▲도봉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 프로그램 강사로 일하고 있는 윤미진 씨.

서울시도봉구치매안심센터에서는 특별한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다. 센터 내 인지 프로그램 강사인 윤미진 씨가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작업할 때마다 밤새기 일쑤였지만 그는 전혀 피로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얼굴이 밝아지고,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다.

컴퓨터 강사로 일했던 윤미진 씨는 결혼 후에는 두 아들 양육에 전념했다. 오롯이 아내 혹은 엄마로서 삶을 살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두 아들이 성인이 되고 어느덧 50대라는 나이가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남은 인생은 이대로 흘려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 것. 이에 그는 가족들에게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겠다”라고 선언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윤미진 씨는 어르신을 위한 사회봉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연이어 취득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았고, 북부캠퍼스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한 후 어르신 인지 프로그램 강사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다.

▲윤미진 씨의 수업 모습.
▲윤미진 씨의 수업 모습.

도봉구 치매안심센터와의 인연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예방, 조기 발견, 치료 촉진 등의 종합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윤미진 씨는 현재 일하고 있는 도봉구 치매안심센터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 북부캠퍼스에서 모집한 ‘노인 인지 케어단’에 지원해 참여했다. 참여자는 지역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활동을 펼친다. 윤미진 씨는 북부캠퍼스에서 실버 인지 놀이지도자 2급 자격 과정 직무 교육을 받았다.

이후 그는 가치동행일자리에 지원하여 선발되면서, 어르신 인지 프로그램 강사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칠 기회를 맞이했다. 그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활동처는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도봉구 치매안심센터로 정했다. 과거에 만났던 어르신들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가치동행일자리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20여 년간 일을 안 한 터라 이력란에 쓸 수 있는 단어가 ‘가정주부’밖에 없던 거죠. 그러자 북부캠퍼스 자원봉사단 담당 선생님께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에 관해서 쓰면 된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자신감을 가졌고, 결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도봉구치매안심센터에서 활동하는 가치동행일자리 참여자는 총 7명이다. 도봉구치매안심센터는 방학동에 있는데,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을 위해 지난 7월 분소를 개소했다. 윤미진 씨는 동료 두 명과 분소에서 으쌰으쌰 일하고 있다. 김미영 도봉구치매안심센터 부센터장은 “참여자들이 모두 열정적”이라고 극찬했다.

“활동하시는 선생님들이 50세 이상이다 보니까 어르신들이 편하게 생각하고, 친근감을 느끼시더라고요. 저희 센터에는 치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가족분들과 선생님들이 동년배이잖아요. 아무래도 서로 공감되는 지점이 많아서 대화가 잘 통하시더라고요. 저는 이러한 구조가 점점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미진 씨와 김미영 도봉구치매안심센터 부센터장
▲윤미진 씨와 김미영 도봉구치매안심센터 부센터장

선생님의 마음 따뜻한 책임감

치매란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1차 치매 선별 검사에서는 인지기능을 검사한다. ‘인지 저하’로 판단되면 2차, 3차 검사를 통해 치매를 최종적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인지 프로그램 강사는 치매 예방 및 완화를 위한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시아버지께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으셨어요.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죠. 인지 프로그램 교육이 치매 발병을 완전히 막는다거나 치매를 치료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예방하고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르신들 과거 회상을 도와드리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 습득에 일조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이 너무 재밌고 적성에 잘 맞는다고 느낍니다.”

특히 도봉구치매안심센터에는 강사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김미영 부센터장은 “우리 센터에서는 선생님들과 기획 단계부터 전 과정의 계획을 함께 세웠다. 홍보부터 실제 교육까지,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동화책 내용을 통한 교육을 기획한 윤미진 씨는 시청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작품이 쌓일수록 퀄리티 역시 좋아지고 있다.

“손수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동화책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어르신들이 재밌어하고 몰입도 잘 해주세요. 그림판과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만듭니다. 사람 한 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굴, 몸, 손과 발 등을 다 따로 그려야 하고, 장면도 하나 하나 만들어야 해요.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하지만, 애니메이션 만드는 게 어렵거나 힘들지 않아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풀리는 것을 넘어 신이 납니다.”

김미영 부센터장은 “치매안심센터는 어르신들의 무료한 일상에 한 줄기 빛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공동체 일원이 돼서 함께 활동하고 친구도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다”며 치매안심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소망을 전했다. 윤미진 씨도 맞장구를 치며 “어르신들이 집 밖에 갈 곳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더 나아가 재밌다면서 센터를 찾아와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치동행일자리가 11월에 끝나도 저를 원하신다면 무조건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역할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가겠습니다. 흔히 나이가 들어도 현역인 게 좋다고 하잖아요. 돈을 버는 것보다 일 할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하거든요. 그리고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 돈보다도 훨씬 값지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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