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며 드라이브 썸 in 섬
코로나19의 여파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당연히 여행 풍속도도 달라졌다. 여럿이 다니는 여행은 점차 사라지고 혼자 혹은 둘이 떠나기 좋은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곳, 적당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렇게 훌쩍 떠나 갑갑했던 마음을 풀어놓고 당일치기로 놀기 딱 좋은 곳이 있다. 바로 강화도다!
강화도령이 살았던 터전, 용흥궁
조선 25대 왕 철종(哲宗)이 강화도령이었던 시절에 지냈던 곳이다. 임금으로 추대된 사람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을 잠저(潛邸)라고 하는데, 당시 강화도령은 가족이 모반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14세 때 이곳 강화로 유배되었다. 원래는 보잘것없는 초가였으나 훗날 강화도령이 왕위에 오르자 강화 유수 정기세(鄭基世)가 집을 보수 단장해 용흥궁이라 불렀다. 사람이 살지 않아 좀 휑한 모습이지만 관리는 잘되어 있었다. 150년 된 고택의 안채와 사랑채, 별채, 마루, 작은 정원, 우물, 반질반질한 문고리를 보며 강화도령 이원범으로 살던 철종의 모습이 느껴져 짠했다. 14세부터 19세까지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가기도 하며 평민으로 살았던 터전이다. 강화도령 이원범, 철종의 이야기가 깃든 용흥궁 담장에는 능소화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용흥궁은 강화 나들길 1코스다. 강화읍 관청리 441-0
한옥의 멋,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 담 넘어 건너편 언덕에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의 외양이 독특하다. 얼핏 보면 성당 같지 않고 마치 절처럼 보인다. 바실리카 양식과 동양 불교 사찰 양식을 융합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마당 한쪽에는 불교를 상징하는 나무 보리수가 100년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찰의 범종처럼 생긴 종도 보인다. 분명 성당인데 절의 분위기가 더 느껴지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다. 서로 다른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남다름을 본다.
성당 입구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며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상사화가 바람에 흔들리는 마당엔 초대 주교 고요한 신부의 비석과 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비가 있다. 강화 시내가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는 높은 언덕이다.
댓돌 위에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목재로 이루어진 깔끔한 실내가 성스러움을 더한다. 동서양의 오묘한 분위기가 잘 조합된 실내다. 열린 창으로 자연의 풍경이 한가득 들어온다. 양 벽면에는 강화성당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진열돼 있다. 밖으로 나가면 뒤편으로 낮은 담장의 사제관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약탈당한 계단 난간 등 건축물의 일부가 복원된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변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성당이다. 강화읍 관청길 27번길 10
소창길’을 아시나요
용흥궁과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을 나와 내려오다 보면 길가에 서 있는 커다란 굴뚝이 보인다. 1960~70년대에 강화도 산업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심도직물의 흔적이다. 직물 공장은 강화도 경제의 대표적 징표다. 강화도서관 옆으로 이화직물 터가 있고, 아기들 기저귓감으로 많이 쓰였던 친환경 직물 ‘소창’을 만들어내던 유명 직물 업체들이 터를 잡고 있다. 그래서 이 골목에 ‘소창길’ 코스가 새롭게 더해졌다. 강화 중앙시장 B동 3층에 위치한 ‘관광플랫폼’이 스토리워크 길 출발지다. 1960년대의 직물공장 전경과 소창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는데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산하다. 가는 길에는 100년의 세월을 품은 낡은 건물에 자리 잡은 ‘낙원 떡집’이 있다. 순수한 떡 맛을 자랑한다. 질 좋은 강화 쌀에 첨가물은 소금 한 가지밖에 안 넣는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소박한 식사를 하고 싶으면 읍내 중심에 있는 50년 전통의 ‘강화국수’ 집으로 가면 된다. 강화도에 가면 알싸한 순무김치 맛도 봐야 한다.
※소창길 코스 중앙시장 관광플랫폼에서 출발해 심도직물 굴뚝 - 천주교 인천교구 강화성당 - 이화직물 터 - 금융상사 - 조양방직 - 동광직물 - 남화직물 - 상호직물 - 경도직물 - 소창체험관으로 이어진다. 2시간 정도 소요.
빈티지 감성 카페, 조양방직
과거의 방직 공장을 그대로 살려서 빈티지한 매력을 보여주는 레트로 감성 카페다. 조양방직은 1933년 홍 씨 형제가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방직공장으로 한때 엄청난 전성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 시절의 흔적들이 빈티지한 멋으로 탈바꿈해 핫한 카페가 됐다. 그 옛날 우리의 언니와 누나들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기계를 돌리던 시절을 상상하도록 자극한다. 강화읍 향나무길 5번길 12
평화로운 궁궐터, 고려궁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저항해온 우리 민족의 역사가 있는 곳. 고려 왕조가 몽골에 대항하기 위해 고종 19년(1232)부터 원종 11년(1270)까지 38년간 머물렀던 궁궐의 터다(사적 제133호). 당시의 궁궐은 1270년 송도로 환도할 때 몽골의 압력으로 모두 허물어졌고 행궁과 장녕전, 만녕전, 외규장각 등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다. 지금은 강화 유수가 업무를 보던 동헌과 유수부의 경력이 업무를 봤던 이방청만 남아 있다. 푸른 잔디가 시원하게 깔린 자연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강화읍 강화대로 394
조용한 마음의 울림, 교동마을과 향교
느릿느릿 옛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시간이 멈춘 듯한 교동마을로 가볼 일이다. 예스럽고 정감 있는 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지치고 복잡했던 마음이 어느새 가라앉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강화읍에 위치한 강화 향교(고려 전기에 창건)와 우리나라 최초 향교인 교동 향교 방문도 빠뜨릴 수 없다. 강화나들길 1-18코스다. 강화군 교동남로 229-49
해안도로 따라 의미 있는 드라이브 코스, 덕진진
강화도에는 월곶진, 제물진, 용진진, 덕진진, 초지진의 5진(鎭)과 광성보, 선두보, 장곶보, 정포보, 인화보, 철곶보, 승천보의 7보(堡)를 합친 강화 12진보(鎭堡)가 있다. 그중 덕진진은 김포 덕포진과 더불어 해협의 관문을 지키는 강화도 제1포대였다.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며 해안도로를 따라 볼 수 있는 ‘강화나들길 2코스 호국돈대길’ 전적 시설 풍경은 산책과 드라이브 코스로 의미 있다.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 846
섬에서 즐기는 슬기로운 문화생활 ‘도솔미술관’, ‘해든뮤지엄’, ‘전원미술관’
최근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떠나 작품 전시를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고즈넉한 강화 땅에서 감상하는 개성 있고 멋진 미술관. 언택트 여행으로 유유자적 멋진 시간을 누려보자.
도솔미술관은 초지진과 가깝고 고즈넉해서 좋은 사람과 조용히 산책할 겸 가보면 좋은 장소다. 강화 들판을 달려 소나무가 예스러움을 더해주는 작은 마을에 다다르면 단정한 한옥 갤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총 4개의 전시관이 있는 도솔미술관은 야외전시관, 2개 층의 실내 전시장, 별관으로 나뉘어 있다.
뜰안채 야외전시장에서는 사진작가의 아프리카 바오밥나무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별관을 비롯해 2개 층으로 이루어진 전시장에서 매달 바뀌는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창가에 걸터앉아 강화 들녘을 유유자적 내다보며 함께 온 사람과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는 다정한 풍경이 아름답다. 강화군 길상면 길상로 210번길 52-71
해든뮤지엄은 갤러리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의 긴 경사면에서부터 설레게 된다.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로 2013년 한국건축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건축 베스트7’에 뽑히기도 했다. 실내 사진 촬영이 안 돼 아쉽지만 야외의 조각작품과 설치미술, 그리고 대형 미러가 볼 만하다. 정원의 휴식공간과 잘 어울리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 강화군 길상면 장흥로 101번길 44
전원미술관은 강화도에서 출생한 한국화가 유광상 씨가 운영하는 갤러리다. 작가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작품과 일본 유학 시절에 그린 그림 등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강화군 송해면 솔정리 561
이색적이고 따뜻한 ‘동네 책방’
강화군청 부근엔 볼거리가 많다. 강화성당과 용흥궁, 중앙시장, 궁터, 중앙시장 청년몰, 소창길…. 이곳들을 다 돌아본 뒤 한숨 돌리며 조용히 서점을 들러보는 건 어떨까. 소금빛 서점, 국자와 주걱, 책방 시점 등은 강화도 간 김에 누리는‘소확행’이다.
‘소금빛 서점’ 이 있는 고택 계단을 올라서면 대문 바로 앞 양옆으로 ‘그 여자 그릇 유림상회’와 ‘그 남자 책방 소금빛 서점’이 있다. 그 남자의 안목으로 고른 책들이 진열된 소금빛 서점은, 얼마 전 방영 종료된 SBS 드라마 ‘더킹: 영원의 군주’에서 배우 이민호가 책 읽는 장면을 찍은 장소로 더 알려졌다. 그 여자의 그릇 유림상회는 채색이 독특한 그릇 한 점쯤 갖고 싶게 하는 곳이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책과 그릇이 있는 감성 공간이다(서점과 그릇가게 앞의 대문을 열면 100년 고택 대명헌을 만난다. 김구 선생이 한동안 머물렀다는 운치 있는 한옥 숙박업소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강화읍 남문안길 7
‘국자와 주걱’은 한적한 마을의 한옥을 책방으로 꾸민 시골 책방 겸 북 스테이다. “작은 책방. 작고 불편함. 그러나 좋은 책. 따뜻한 밥상. 깨끗한 잠자리. 그리고 많은 정”이라는 책방 소개글이 다정하다. 책만 보러 갔다가 주인장의 푸근한 인심에 다시 찾는 곳이다. 큰 도로에서 마을길로 접어들어 꼬불거리는 좁은 길로 주춤주춤 운전해 들어가면 이 특별한 책방과 만난다. 강화군 양도면 강화남로 428번길 46-27
아름다운 일몰에 반하다, 장화리
강화도의 마지막 코스는 누가 뭐래도 일몰 풍광이 장관인 장화리다. 강화도 남부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강화 갯벌과 서해의 해넘이는 여행자들의 관심사다. 이곳에서의 일몰 시간은 아주 짧다. 찰나의 장화리 노을 앞에서 두근두근하면서도 경건한 시간을 맛보며 강화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