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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뭐길래

기사입력 2020-04-21 08:00

가끔 참여하는 단체가 있다. 거기서 별스럽지 않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떤 이의 입회 자격을 운운하며 '나이가 많아서 나는 반댈세' 했다. 연령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그들은 비슷한 또래였다.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자신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 입찬 대꾸가 아닐지 잠깐 생각 들었다. 혹은 정의로운 공정함이나 용기였을까. 아니면 오만과 경솔함인가 헷갈렸다. 그런데 옆에서 누가 말한다. '그게 이유라면 당신 참 못되었군' 그랬더니 후에 누군가가 정정해 준다. 그건 '못된 것'이 아니라 '못난 것'이라고.

언젠가 TV 예능프로에 배우 박중훈이 나와서 하는 말을 지나가다 잠깐 보았다. 연로하신 어머님이 정신이 맑으실 때 이런 말씀을 하신다고 한다.

(사진 이현숙 시니어기자)
(사진 이현숙 시니어기자)

"어린 사람 나무라지 마라. 네가 지나온 길이다. 나이 먹은 사람 흉보지 마라. 네가 갈 길이다."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저절로 터득된 말씀이 이토록 지당하다.

지역에서 함께 하는 이들의 사진동호회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발걸음 뜸하시던 분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럴 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분을 챙기는 댓글로 말을 건다. 그분이 팔순이 훌쩍 넘는 고령이어도 조금 더 어린(?) 회원들이 같은 모습으로 편하게 함께 활동하는 모습이려 마음 쓴다. 중요한 건 그분이 배려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애쓰면서 인품 좋으신 그분을 존경하고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표 임원인 분은 아무리 바빠도 그분 사진작품에 친구처럼 늘 다정하고 예의 바른 댓글을 잊지 않는다. 그중에 행사나 모임이 있을 때가 있다. 고령의 어른께서는 혹시나 다른 회원들이 불편해할까 봐 뒷걸음질 치며 지레 빠지려 하신다. 이럴 때 대표 임원은 슬쩍 등 떠밀어 가능한 참여 시키며 무심한 척 그분을 먼저 챙긴다. 팀을 이끄는 처지에서 말없이 보여주는 속 깊은 마음을 회원들은 잘 알고 있다. 팔순의 선배 회원을 존중하고 격의 없이 잘 지내려 마음 쓰는 임원과 회원들의 모습이 훈훈하다. 당연한 듯 그렇게 지내왔는데 그게 흔한 일이 아니어서 때론 씁쓸하다.

(사진 이현숙 시니어기자)
(사진 이현숙 시니어기자)

물론 젊음과 늙음에서 생겨나는 차이는 분명 있다. 아니, 아주 많다. 요즘은 나이가 '깡패'인 세상이라고 말들 한다. 많아진 나이가 폄훼되고 당연한 듯 낮추어진 가치를 부여하는 걸 흔하게 본다.

나이가 적으면 적은 것으로, 또는 많으면 많은 대로, 완장을 찼으면 완장으로 자기 값을 표현한다. 오로지 나이와 자기만의 처지에서 그것이 마치 벼슬이나 훈장인 양 휘두르는 모양새를 보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역시 제대로 나이 먹은 분은 다르구나' 반대로, '그래서 이제껏 미생이구만….'

한 치 앞만 주시하는 편협한 삶을 경계한다.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편견 없이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무엇보다도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먼저 터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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