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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문화 이슈] 중년 남성 위로하는 ‘바냐’ VS ‘반야’

입력 2026-05-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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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고아성 ‘바냐 삼촌’ VS 조성하 심은경 ‘반야 아재’

[브라보 문화 이슈] 시니어와 연결되는 연예·문화 이슈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바냐 삼촌’ 이서진, ‘반야 아재’ 조성하(LG아트센터, 국립극단)
▲‘바냐 삼촌’ 이서진, ‘반야 아재’ 조성하(LG아트센터, 국립극단)

왜 떴을까?

최근 공연계에서는 묘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대표 희곡 ‘바냐 아저씨’를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이서진·고아성 주연의 ‘바냐 삼촌’, 그리고 조성하·심은경 주연의 ‘반야 아재’다. 두 작품은 공연 전부터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바냐 삼촌’ 공연 사진(LG아트센터)
▲‘바냐 삼촌’ 공연 사진(LG아트센터)

바냐 삼촌 VS 반야 아재

원작인 ‘바냐 아저씨’는 1897년 발표된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한 남성이 뒤늦게 자신의 삶이 허무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바냐는 조카 소냐와 함께 시골 영지를 관리하며 살아간다. 죽은 누이 대신 매형인 세레브랴코프 교수를 떠받들며, 자신이 번 돈까지 보내준다. 그러나 어느 날 교수가 젊은 후처를 데리고 영지로 내려오면서 평온했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먼저 무대에 오른 작품은 손상규 연출의 ‘바냐 삼촌’이다. 지난 7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공연된다. 작품은 원작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언어와 감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데뷔 27년 만에 처음 연극 무대에 도전한 이서진의 존재감이 크다. 그가 연기하는 바냐는 전형적인 ‘고뇌하는 지식인’보다는 현실 속 중년에 가깝다. 툴툴거리며 냉소를 던지지만 어딘가 짠하고 인간적인 인물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이서진 특유의 무심하고 능청스러운 매력이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고전을 보다 친숙하게 만든다.

고아성이 연기하는 소냐 역시 기존의 비극적 이미지보다는 생동감 있고 따뜻한 인물에 가깝다. 삶의 피로 속에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인물로 극의 온기를 책임진다.

‘반야 아재’는 보다 한국적인 정서를 전면에 내세운다. 지난 22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골 정미소를 배경으로 한다. 조광화 연출가는 “희곡이 주는 위로나 공감을 우리 이야기로 관객이 바로 체화했으면 해서 우리 이름과 우리 땅에 발 디딘 이야기로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성하가 연기하는 ‘반야 아재’ 박이보는 젊은 시절 절에 들어갔다가 환속한 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체념과 허무를 품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적 가장의 애환을 짙게 담아낸다. 심은경이 맡은 서은희(소냐)는 외모 콤플렉스와 짝사랑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인물들을 끝내 보듬는 역할을 한다.

두 작품은 원작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연극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시대와 공간, 캐릭터의 결은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원작의 메시지인 인생의 허무와 인간의 외로움, 그리고 끝내 삶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반야 아재’ 공연 사진(국립극단)
▲‘반야 아재’ 공연 사진(국립극단)

중년 남성을 향한 위로

‘바냐 삼촌’과 ‘반야 아재’는 모두 중년 남성이 중심에 서 있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묵묵히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인물들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두 편의 ‘바냐’가 동시에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손상규 연출은 ‘바냐 삼촌’에 관해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은퇴도 미루고 ‘나는 여행 한 번 못 가봤다’고 푸념하던 아버지 세대가 떠올랐다”며 “우당탕거리며 살아오면서도 참고 견뎌온 바냐의 삶을 누가 쉽게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삶을 너무 쉽게 판단하는 시대인 만큼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반야 아재’를 연출한 조광화 역시 비슷한 시선을 보였다. 그는 “‘아재’라는 단어에는 낡고 고루한 이미지가 따라붙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 가족과 사회를 지탱해온 존재”라며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평생의 가치가 부정당한다고 느끼면서도 끝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금의 바냐들”이라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작품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서진은 “바냐를 맡기 전부터 갱년기를 겪고 있어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고, 조성하는 “나이가 들며 점점 꺼져가는 열정이 작품 속 인물들의 불안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며 “대한민국 대표 아재로서 공감이 컸다”고 했다.

두 편의 ‘바냐’는 가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온 중년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삶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결국 다시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TIP. 중년 남성, 공허함에서 벗어나려면?

ㆍ지금 하는 일을 의미 있게 여겨라 : 거창한 성공보다 현재의 일상 속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ㆍ동네 친구를 만들어라 : 가까운 사람과의 짧은 대화와 작은 관계가 외로움과 고립감을 줄여준다.

ㆍ취미 생활을 시작하라 : 운동·등산·사진·독서 등 좋아하는 활동은 삶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ㆍ하루를 기록하라 : 짧은 메모나 일기만으로도 감정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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