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500조 시대, 예금에서 ETF·TDF로 이동
미국 401(k)·호주 슈퍼애뉴에이션, 대형주·배당주 중심 투자문화 정착
퇴직연금 투자문화 확산 시 배당 확대 기업에 유리한 환경 조성

맹주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원리금 보장형 구조에서 실적 배당형(원리금 비보장형)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 중심으로 운용됐는데, 최근에는 확정기여형(DC)과 IRP 중심으로 실적 배당형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69조7000억 원(16.1%) 증가했다. 유형별로 확정급여형(DB) 228조9000억 원(45.7%), 확정기여형·기업형 IRP(DC) 141조6000억 원(28.2%), 개인형 IRP 130조9000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DB는 대부분(91.9%)이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됐으나 DC 및 IRP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전년 대비 10%포인트(p) 가량 상승하는 등 자산 배분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에는 원금 보존 중심의 보수적 운용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ETF나 TDF(생애 주기 펀드) 등 실적 배당형 상품을 활용해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맹 선임연구원은 장기 투자 중심으로 조성된 미국과 호주의 퇴직연금 시장을 주목했다. 미국 퇴직연금 시장은 401(k)을 중심으로 성장해 시장 내 대표적인 장기 투자 자금으로 자리잡았다. 401(k)은 미국 내국세법 제401조(k)항에서 이름을 따온 퇴직연금제도다.
그는 “2006년 연금보호법(PPA) 도입 이후 적격디폴트투자상품(QDIA) 제도가 정착되면서 가입자의 별도 운용 지시 없이도 퇴직연금 자금이 TDF와 인덱스 펀드 중심으로 자동 배분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면서 “장기 적립식 자금과 패시브 투자 문화의 결합은 미국 증시가 단기 투자 자금보다 장기 투자 자금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퇴직연금 시장은 의무 가입형 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을 기반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수준의 연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호주의 퇴직연금 자산 규모는 GDP의 145%에 달했다. 2021년 6월에는 무려 GDP의 156%에 이르기도 했다.
맹 선임연구원은 “호주 연금시장의 주요 특징은 예금보다 투자 자산 중심으로 운용된다는 점이고, 연금 자산은 주식, 인프라, 부동산, 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되고 있다”며 “호주 시장을 구성하는 상위 종목은 금융·원자재(특히 광업 등)의 비중이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공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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