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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도 여유로운 겨울 여행, 니스

기사입력 2019-01-16 09:18

겨울의 절정이다. 게다가 미세먼지의 공습이 재난 수준이다. 온화한 기온의 남프랑스에서 긴 겨울을 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탈하듯 단 일주일 정도의 여행이어도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편안한 휴식이 될 일주일은 엄동설한을 잊게 해줄 것이다.

하루 한 군데에서 느릿하게 놀기

남프랑스의 항만도시 니스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연중 평균기온이 15℃이고 대부분 온난한 날씨여서 겨울을 나기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한 시간 내외의 거리에는 모나코, 칸, 생폴 드 방스, 에즈 빌리지도 있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접경지역이어서 국경을 넘어가 볼 수도 있다. 지중해의 햇살이 쏟아지는 니스에 숙소를 정하고 날마다 놀이하듯 여유롭게 여행의 맛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니스의 코발트블루에 빠져들다

여름 피서지나 휴양지로 니스만큼 각광받는 곳이 있을까. 따사로운 니스의 해변은 아름다운 지중해를 품고 있어서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북적인다. 피서객이 어마어마하게 넘쳐나는 여름철엔 호텔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여름 피서객이 빠져나간 가을과 겨울엔 할인 가격으로 호텔에 묵을 수 있다. 특히 이때 꼼꼼히 찾아보면 지중해의 일출과 일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방을 구할 수도 있다.

내가 니스에 갔을 때는 가을이었는데도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풍경이 일상의 모습처럼 자연스러웠다. 해변의 동글동글한 몽돌 위를 맨발로 거닐면 지압을 받는 듯 시원하다. 4~5km에 걸쳐 곡선으로 멋지게 이어진 해변에서 바라보는 코발트블루의 바다는 시원한 색감만으로도 휴식을 준다.

군데군데 이어지는 계단을 통하면 구시가지로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성당이나 교회를 지나 영국인의 산책길이라 불리는 길을 걷는다. 탁 트인 광장에 앉아 천천히 도시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샤갈이나 마티스 박물관을 조용히 둘러보는 시간도 행복하다. 꽃시장, 채소시장, 벼룩시장을 지나 고풍스러운 골목길을 걸어 전망대에 올라 광활한 니스의 해안선을 굽어보는 시간은 절대 빠뜨리면 안 된다.

노천카페에서 수많은 사람이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지중해 샐러드와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는 것도 당연한 즐거움이다.

동화 속 중세마을 생폴 드 방스

16세기 중세도시 생폴 드 방스는 여행자에게 안식을 주는 동화처럼 예쁜 마을이다. 한적한 골목을 느릿하게 걸으며 세상과는 아랑곳없는 듯한 풍경 속에 빠져든다. 마네, 브라크, 마티스 등의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었던 곳. 특히 샤갈이 사랑한 마을이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공동묘지가 있고 그곳에 소박한 샤갈의 묘가 있다. 여행길에서 이만큼 평온한 마을을 만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생폴 드 방스는 니스의 버스터미널, 그리고 군데군데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400번 버스를 타면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다.

영화제의 도시 칸의 종려나무 해변길

칸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영화제의 도시로 떠올려지는 곳이다. 영화배우 전도연이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탔던 도시다. 칸 영화제는 베니스와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5월에 가면 영화제로 축제 분위기다. 햇살 쏟아지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눈부신 요트를 눈앞에 두고 커피 한 잔 마셔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종려나무들이 즐비한 해변을 걸으며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 또한 즐겁다. 니스 역에서 기차로 40분 거리다.

하루에 둘러볼 수 있는 모나코와 에즈 빌리지

여배우에서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먼저 떠오르는 모나코는 니스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누구라도 한 번쯤 들러보는 몬테카를로 카지노 앞에는 언제나 여행객들로 붐빈다. 해안가로 나오면 카지노를 즐기러 온 도박꾼들의 화려한 요트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궁전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를 지나 해양박물관을 구경해도 좋다. 시간이 충분해 모나코 빌리지의 골목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아쉬울 게 없다.

지중해의 선인장 마을

지중해 절벽 위에 13세기에 만들어진 작은 요새 마을이 있다. 수백 가지의 선인장들이 마을 정상에 가꾸어져 있다. 이 마을에 오르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는 아름다운 지중해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다. 니체는 이곳을 거닐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구상했다고 한다.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게 최고였다. 에즈 빌리지와 모나코는 가까이 있다. 두 곳을 하루에 다녀올 수도 있다.

니스 여행은 천천히 느긋하게 어슬렁거리며 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의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해변에는 햇살을 즐기거나 힘차게 달리기를 사람들이 언제나 있다. 추운 겨울에 쏟아지는 태양처럼 환한 그들의 삶을 느껴보자. 역사 속의 또 다른 세상을 걸어보면서 고단한 일상을 잊는 시간도 괜찮다. 사계절 온난한 남프랑스 니스에서 추위를 떨쳐보는 일주일은 짧아도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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