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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기획하는 여행 일정

기사입력 2018-06-28 10:44

맘대로여행 in 상하이 ①

여행은 일종의 병이다. 갈 곳을 정하면,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듯 급하게 떠나곤 했다. 돌아올 때면 더 허겁지겁 돌아왔다. 그래도 머릿속은 삭제 버튼을 누른 듯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전했다.


서울시도심권50 센터에서 진행하는 ’여행을 기록하는 맘대로여행 in 상하이‘ 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이거다!‘싶었다. 여행 기획하기, 실전 여행하기, 여행기 만들기 등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여행을 기획하는 교육과정이었다.

주로 여행을 가면 정해진 일정에 맞춰 편하게 따라다녔다. 종종 쇼핑의 들러리가 되어 계획에도 없던 물건으로 가방을 채우기도 했다. 수동적이었기 때문에 감동도 덜 했고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그런 아쉬움을 느끼던 차라 얼른 참여했다.

이력서와 면접을 통해 12명이 선발됐다. 총 8회, 24시간의 교육이 끝나면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는 등 실전 기획에 들어간다. 항공권은 보조를 받고 그 외 비용은 자기 부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짠내투어’가 됐다.


항공권 예약을 위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도로 확인했다. 인민광장 근처에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김포공항과 홍차오공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국 국적기보다는 중국 민항기의 가격이 저렴해 동방항공을 선택했다. 예약은 빠를수록 좋다. 할인항공권을 취급하는 여행사로 G마켓 여행, 인터파크투어, 여행박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시간대와 가격이 적당한 것을 고르면 된다. 싸게 사는 요령은 성수기를 피하고 유효기간이 임박한 항공권이나 공동 구매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호텔 예약은 몇 개의 앱을 비교해보면 된다.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각 나라의 호텔을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본 사람과 어느 관광지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오전과 오후 중 언제 떠날지 등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그룹 이름을 ‘즐상’이라고 지었다. 상하이를 즐기자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여자 둘, 남자 둘, 총 넷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여자 둘만 남았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한 팀이 되면 의견이 안 맞아 팀이 깨지는 일이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여행을 계획대로 강행할 것인지 포기해야 하는지 위기가 있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각자 업무를 분담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조와 달리 네 명이 나눌 일을 두 명이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계획은 몇 번이고 수정됐지만, 상하이 여행책과 인터넷의 도움으로 제 자리를 찾아갔다.

상하이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상하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상상 속 상하이에서 푹 빠져 보낸 시간은 기대와 행복에 젖게 했다. 여행에서 무엇을 보든 상관없다. 각자의 느낌은 다르기 마련이고 어차피 다양성을 즐기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애써 계획을 짜고도 팀원의 기호를 신경 쓰며 존중과 배려의 시간을 보내는 겸손한 경험도 우리를 멋지게 만들었다. 패키지여행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떨림으로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과연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떠듬떠듬하는 언어보다는 몸짓 언어가 아주 효과 있다는 경험을 한 이후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실수도 즐기며 불편함도 경험으로 받을 준비를 했다. 이번 상하이 여행은 조사한 것을 하나하나 펼치며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근사한 안목이 더해지기를 기대하며 설렘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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