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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잔치는 시작됐다

기사입력 2018-03-15 18:01

▲새봄과 함께 온 양수리 물안개(백외섭 동년기자)
▲새봄과 함께 온 양수리 물안개(백외섭 동년기자)
새봄잔치는 시작됐다. 일흔 잔치다. 69세로 10년을 그냥 살고 싶다. 돌이켜보니 10년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학생시절에 읽은 어느 여류작가의 ‘29세 10년’이라는 글귀가 실감나게 다가왔다. ‘25세부터 노숙미를 자랑하려고 29세 행세하였으나, 막상 그 때가 되니 불효하는 노처녀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부터는 나이가 겁나서 35세까지 29세로 10년을 살았다’는 줄거리다.

샛별보고 출근하고 초승달을 벗 삼아 집을 찾으면서 열심히 살았다. 날마다 삶은 희망이 있었다. 사회은퇴 후에 생활이 안락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장년생활의 문제점을 제일 많이 안고 있다. 아들세대 청년들과는 취업전선에서 맞서야 하는 기막힌 처지에 놓였다. 사회에서 조기은퇴가 시작되지만, 국민연금 지급은 오히려 늦춰지는 어려움에 처했다. 평균수명은 매년 늘어나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지공거사 65세, 사회에서 은퇴한 이때부터 생각이 깊어졌다.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있는가. 대답이 쉽지 않다. 경제문제가 해결되면 행복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친구가 있고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더욱 좋다. 희망사항은 많은데 해결방법이 쉽지 않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사에 정신 차리기 어렵다. 머리 싸매고 배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사회평생교육기관에서 열심히 공부하여야 한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몇 해 전까지 없던 나이제한이 보편화 되었다. 고령자는 수강이 제한되고 젊은이 위주의 취업과 창업이 성행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어느새 경로석 앞에서 서성인다.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젊은 세대에 대한 배려라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곤란하지 않게 알아서 처신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가고 행동은 굼떠졌다.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증표가 되었다. 사회은퇴 전에는 현업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회은퇴 후에는 자원봉사와 사회교육에 참여하면서 보람차게 살고 있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면서 즐겁게 자원 봉사하는 분들도 만났다. 그들에게 숭고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평생사회교육에 참여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제는 사회에서 터득한 귀중한 경험을 사회에 되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사회교육 참여는 스스로를 발전시킨다. 사회평생교육도 그동안 많이 변했다. 얼마 전까지는 취미·여가 활용 등 장년의 사회은퇴 후 생활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어느 틈에 일자리 창출·창업 위주로 청장년 교육처럼 교육과정이 변하고 있다. 장년도 새 삶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

사회은퇴가 엊그제인데 눈 깜작 할 사이에 5년이 지나 70대로 훅 뛰어 넘었다. 멈추고 싶은 지점이다. 관악문화원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신문원고 작성을 하면서 날 새는 줄 모르고 지낸다. 아침마다 아내와 함께 손주 돌보기를 한다. 나이 먹기를 멈추고 젊은 오빠인양 10년을 살아 갈 터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새 삶을 떳떳이 맞이할 것이다. 안락한 은퇴생활만 기대하기는 너무 젊었다.

나이가 들수록 행동이 나태해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려면 일과표를 작성하고 꾸준히 실행하여야 한다. 휴일 이른 아침, 몇 번이나 창밖을 살피고 나서야 친구들과 산행하려고 집을 나섰다. 창문을 내다보면서 비가 올지 걱정하지말자. 비가 오면 우산 들고, 눈이 오면 방한복 하나 더 입고 아침부터 집을 나서자. 망설이면 하루를 헛되게 보내고 만다. 은퇴 전보다 더 엄격한 일정관리를 하여야 한다.

69세 10년! 자식을 기르면서 한 세대를 다시 살고, 환갑동갑 손주를 돌보면서 또 한 세대를 다시 산다. 절묘한 자연의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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