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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달리는 맛, 스탠리파크에서 자전거 타기

기사입력 2017-11-15 20:01

▲태평양을 달리는 맛, 스탠리파크에서 자전거 타기(최은주 동년기자)
▲태평양을 달리는 맛, 스탠리파크에서 자전거 타기(최은주 동년기자)
밴쿠버는 세계 4대 미항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직접 가보니 세련된 대도시와 웅장한 자연의 조화가 아름다운, 매력적인 곳이었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서쪽에는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 규모가 큰 도시공원이 있다. 1888년 당시 총독이었던 스탠리 경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스탠리 파크는 공원 둘레가 30k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밴쿠버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스탠리 파크에서 자전거를 타볼 것을 권했다. 방파제를 따라 10km가량 이어지는 해안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짐작이 가능했다. 공원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니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일 것도 같았다.

조카와 둘이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공원 입구에서 자전거 대여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형부는 전동자전거는 위험하니 일반 자전거를 타라고 권했지만 2시간 동안 페달을 밟을 생각을 하니 전동자전거에 살짝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전동자전거 대여소가 휴가 중이어서 일반 자전거를 빌렸는데 결과적으론 그게 더 나았다.

▲태평양을 달리는 맛, 스탠리파크에서 자전거 타기(최은주 동년기자)
▲태평양을 달리는 맛, 스탠리파크에서 자전거 타기(최은주 동년기자)

사실은 1시간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체력적인 걱정도 있었다. 작년이었다면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겠지만 지난 여름 루앙프라방에서 30년 만에 자전거를 타보곤 내 몸이 자전거 타는 법을 잊지 않았다는 걸 알았으니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1인당 1시간에 10불 정도로 자전거를 빌렸다.

쌀쌀한 가을이서인지 스탠리 파크는 한산했다. 드문드문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얇은 패딩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고 손이 시려웠다. 지원이는 이모가 걱정되는지 자꾸 뒤돌아보았다. 내 걱정 말고 실컷 달리라고 수신호를 보내고 힘껏 페달을 밟았다. 곧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자전거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 나같은 초보도 쉽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었다.

도시 가운데 이렇게 자연 속에서 바다를 느끼고 가을 낙엽을 보고 달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내가 언제 또 태평양을 바라보고 자전거 바퀴를 돌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더더욱 즐거웠다.

비수기여서인지 스탠리 파크는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다. 인어공주 동상이 있는 곳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을 무렵 해안도로가 공사 중이라는 싸인이 눈에 띄었다. 그 곳에서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숲 속 길로 방향을 바꾸었다. 처음엔 인적 없는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서는 것이 조금 두려웠지만 해변을 달리다가 3만 년 이상 된 원시림이 우거진 숲 속을 달리는 맛은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신나게 달리고 맘껏 소리치며 달리고 또 달렸다. 마치 비자림 속을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제, 밴쿠버를 여행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스텐리 파크에서 자전거를 꼭 타보라고 권할 것 같다. 왼쪽엔 울창한 숲을, 오른쪽엔 바다를 끼고 달리는 맛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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