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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라이벌은 나훈아… 미안해요, 인생 3막도 이제 쫙 폈어요”

기사입력 2017-09-15 08:26

[브라보가 만난 사람] 배우 이동준? 가수 이동준 !

“이제 제 라이벌은 나훈아씨예요. 한동안은 라이벌이 없었어요. 없는 동안에 저 혼자서 누나들을 많이 행복하게 해줬는데, 이번에 새 노래가 나온답니다(웃음).” 자신의 팬층이 가수 나훈아와 완벽하게 겹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가수’ 이동준은 원래 운동선수였다. 그것도 1979년부터 태권도 국가대표였으며 1983년부터 1985년까지 3년 연속으로 세계선수권에서 미들급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톱클래스였다. 그러한 운동선수로서의 삶이 인생 1막이었다면 2막은 연기자였다. 30년의 2막을 내리고 이제 그가 선택한 인생 3막의 삶은 가수다. 지금이 가장 편하고 행복하다는 이동준(60)을 만나 그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들어봤다.

▲배우에서 가수로 돌아온 이동준(박규민 parkkyumin@gmail.com)
▲배우에서 가수로 돌아온 이동준(박규민 parkkyumin@gmail.com)

“이제는 배우 이동준보다는 가수 이동준으로 불러주는 게 좋아요. 늦깎이 가수지만(웃음). 큰 꿈을 꿔야 중간 정도라도 가지 않겠어요?”

나훈아를 라이벌로 삼은 ‘가수’ 이동준은 사실 2000년에 이미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을 하나 냈었다. 그러나 그때는 가수와 배우를 쉽게 넘나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방송국에서도 ‘이동준씨는 배우인데…’ 하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가수활동은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고, 이제 이동준은 가수로서 본격적인 인생 3막의 무대에 올랐다.

“더 나이 먹기 전에 가수하길 잘했어요.”

노래 ‘누나야’가 워낙 잘나가고 있어서일까? ‘늦깎이 가수’의 얼굴은 밝았다. 차라리 후련하다는 심정마저 느껴진다 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강인한 남성상의 대표적 이미지로 활약하던 그가 갑자기 가수를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가수를 해야 하는 속깊은 이유들이 있었다.

노래는 나를 그 자리에서 행복하게 만든다

“우선 제 아들이 연기자니까 연기자 아버지로선 한발 물러나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리고 젊었을 때는 주인공을 했지만 나이를 먹었으니 이제 주인공을 못하는 것도 있고. 드라마 <나만의 당신>을 하면서 ‘이제는 내가 아버지 역할을 할 나이가 됐구나’ 싶었죠.”

그는 또한 워낙 노래를 잘 부른다고 소문난 연기자였다. 그 자신이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부산, 미사리, 남양주 등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며 직접 노래를 한 지 벌써 24년이 넘었다. ‘누나야’를 설운도가 곡을 써서 준 것도 그의 그러한 실력과 인맥을 반증하고 있다.

“그리고 연기는 불러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요. 가수는 내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어요. 콘서트를 열어도 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도 많고. 연기는 단체활동이라 개인활동을 하기에는 제한적인 데다 제작기간이 6개월이면 6개월 동안 한 팀이 되어 움직여야 하니 왠지 모를 심적 부담감이 있었죠. 그런데 노래를 하면 피드백이 빨리 와요. 관객과의 스킨십도 있고, 그 자리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죠.”

가수 이동준으로 자리매김할 터

연기는 연기의 역할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그 안에서 인간 이동준은 자신의 전부를 보여줄 수가 없다. 그러나 가수 이동준은 이동준의 원래 모습 그대로다.

“가수들이 저를 보고는 저러다가 말겠지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만둘 생각 안 했어요. 이제 연기는 접고 가수의 길만 가야겠다 생각할 정도예요. 내 인생인데 즐겁게 살아야 하잖아요? 노래를 하니 즐거워서 내 갈 길은 이거다 싶고, 연기할 때보다 가수로 전향해서 더 바빠요.”

그는 노래를 통해 자신을 자유롭게 만든다. 그의 노래에 대한 애정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성인 발라드 곡인 ‘미안해요’가 제 첫 번째 노래예요. ‘남행열차’를 만든 김진용씨가 작곡한 노래죠. 사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미안해요’가 롱런을 위한 노래라면 설운도가 준 ‘누나야’는 ‘팍 뜰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줄게’ 해서 받은 것이죠. 또 김동찬 선생이 저에게 맞춰주신다고 해서 주신 곡이 ‘그날그날’이에요. 이 세 곡이 요즘 제가 공연장이나 행사장에서 주로 부르는 노래들이죠. 부지런히 공연을 하고 다니니까, 이렇게 좋은 노래들이 들어오네요.”

“이제는 베풀고 살아야지”

그는 요즘 가수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건축업자로서의 삶도 살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수석동에 한강 조망권을 갖춘 고급 빌리지 ‘카스텔로 씨마’가 그것이다. 단지는 A, B, C 3개동으로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의 12가구다. 우아하고 세련된 외관과 차별화된 공간·구조로 설계해 입주민의 품격을 높이겠다고 한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15분 걸리는 거리예요. 남한강 근교에 이런 풍광이 있는 곳은 없어요. 앞에 도로가 없어서 공기도 맑고.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제작 중입니다.”

가수 일을 하면서 혼자서 주택까지 짓는 중이라니,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이 밀어붙이는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시행착오 없게 하려고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나와 관계된 후배, 친구, 선배들이 많아요. 다들 고맙잖아요. 이제는 베풀고 살아야지. 이걸 지어서 자금이 모이면 베풀려고 해요. 지금까지는 내 장사를 하면서 베풀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배우에서 가수로 돌아온 이동준(박규민 parkkyumin@gmail.com)
▲배우에서 가수로 돌아온 이동준(박규민 parkkyumin@gmail.com)

아들이 나보다 더 바빠졌으면

이동준의 아들 이일민은 아버지와 같은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아들에게 그는 ‘서두를 필요 없다’고 말한다.

“나도 스물여덟 살이 돼서야 데뷔를 했으니까. 그에 비하면 아들은 이제 스물여섯 살이니까요. 기회를 보고 있는 중이죠.”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연예인은 기본적으로 자유계약직이기에 불안하고 힘들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잘되면 좋지만, 잘되기까지는 남모를 아픔과 시련이 많다.

“나는 그나마 순탄하게 연예인 삶을 살아온 케이스고 다른 사람들을 보면 진짜 생계형이 있어요. 종합예술인으로서 이 세계가 좋아서 일하는 게 아니라 가장으로서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걸 보면 안타깝죠. 그래서 아들에게 바라는 건 정말 정통 연기자로서 살아봤으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공부하고, 해병대 갔다 오고 해서 스펙이 훌륭하죠, 기다려줘야죠. 그런데 아들에게 미안한 게, 제가 더 바쁘잖아요. 아들은 나만큼 바쁘지 않으니까 그게 좀 미안하죠. 아들이 나보다 더 바빠졌으면 해요.”

대나무 매듭짓듯이 살다

어쩌면 인생의 세 번째 시기를 열어가고 있기에 갖게 된 여유일지도 모른다. 그에게도 여러 가지 삶의 굴곡이 있었다. 그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클레멘타인>에 수십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흥행에서 실패한 일은 특히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그와 인터뷰하면서 마치 대나무 매듭을 짓듯이 살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남들이 생각할 때는 제가 영화에서 망했고, 인터넷에는 똥꼬쇼를 했네 뭐네 하지만 저는 돈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변한 게 없어요. 망하기 전에는 돈이 끊임없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힘들어졌을 때도 돈에 쫓겨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군요. 영화에 실패하고 나서도 한 달 준비해서 부산에서 일하며 바로 수익 창출해서 나머지 빚을 갚았으니까, 어려움은 없었어요. 이제는 돈이야 뭐 많이 갖고 있으면 뭐해요. 노래 부르면 되는데(웃음).”

남자답게, 정의롭게 산다

“스케줄이 비면 주로 골프를 해요. 지방에 지인들이 워낙 많으니까 만나서 공 치고 노래하고. 운동은 계속하는 중이에요. 지금도 한 시간 반 정도 운동하고 왔어요.”

운동선수로서 자기관리도 철저하게 하는 그는 젊은 시절 11대 1로 상대했다는 무용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년 전에는 이종격투기 대회에 참가해서 자신보다 29세나 어린 선수와 상대해 이긴 적도 있다.

“감량은 음식과 운동으로 해야지 먹을 거 다 먹으면 안 빠져요. 건강은 자신하기보다 지켜야 해요. 소금은 줄이고 야채나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 탄수화물은 차단하고 단백질을 먹어주며 물을 많이 먹어야죠. 그러면서 운동도 해야 하고요. ‘초기당뇨’ 징후를 발견했어요. 당화혈색소 수치가 6.0% 이상 나온 뒤부터 집사람이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죠.”

부산, 대구, 수원, 순천 등 전국 공연을 마치고 10월 청주에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요즘이 인생에서 가장 편하고 여유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전 이제 시작이에요. 3막이 시작됐으니까. 일단 내가 행복하고 상대가 행복해야죠.”

여백의 에너지가 넘치는 상남자

그에게 가수 이동준으로서의 미래를 물어봤다.

“토털 엔터테이너 이동준. 사실 제가 악기를 조금씩이지만 여러 가지를 다룰 줄 알아요. 그리고 ‘이동준’ 하면 라이브라고 각인이 됐어요.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면서 거짓말 좀 보태자면 50만 명 정도는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봤을 거예요(웃음). 나중에는 어딘가에 들르고 싶은 장소를 만들어서 거기서 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느낄 수 있었던 털털한 이미지처럼, 천생 남자인 그는 남자답게, 정의롭게 살자는 마음가짐만큼은 지금까지 지키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주변에서 욕 안 하고 선배들이 인정해주니까 고맙죠. 그렇게 살았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죠.”

이동준의 인간미는 호쾌하다. 그의 인생 3막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호쾌한 인간미가 전해주는 여백의 에너지 덕분일 것이다. 그것은 나이듦의 아름다움을 믿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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