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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미식여행, 나주 곰탕과 영산포 홍어

기사입력 2019-11-18 10:54

▲나주곰탕(황정희 동녀기자)
▲나주곰탕(황정희 동녀기자)

영산강을 끼고 도는 도시 나주의 대표 음식은 두말할 필요 없이 곰탕과 홍어다. 나주 곰탕은 담백하고 영산포 홍어는 입맛을 톡 쏘는 자극적인 맛이다.

나주곰탕이 생겨난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20여 년 전 오일장에서 상인과 서민이 즐겨 찾던 곰탕에서 유래됐다는 것과 일제 강점기 때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온 조선, 임진왜란으로 농토가 망가진 후 생활이 궁핍해진 백성들은 집에 있는 세간살이를 가지고 나와 팔기 시작하면서 장시(오일장)가 시작되었다. 장시가 최초로 열린 곳이 나주다.

▲나주곰탕 토렴(황정희 동녀기자)
▲나주곰탕 토렴(황정희 동녀기자)

5일마다 돌아오는 장날에 전국 각지에서 나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소의 머리고기, 내장 등을 푹 우려낸 나주곰탕 한 그릇이면 속이 꽉 차기도 하거니와 장날의 북새통 속에서 국밥을 후루룩 들이켜면 먹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다. 전통식 나주곰탕이 토렴한 이유를 알만하다. 토렴 과정을 거치면 보통 75℃로 맞춰진다. 허기에 갑자기 들이키는 국물에 입천장을 델 염려가 없는 음식 온도다. 장터 풍경에 국밥을 먹는 이들의 모습이 겹쳐져 나주곰탕에 담긴 지혜를 깨닫는다.

일제강점기에 나주곰탕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다소 의외다. 먹을거리가 없어 배를 곯았을 그 당시에 나주곰탕이라니? 나주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군납용 소고기 통조림 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통조림을 만들고 남은 내장 등, 소의 부산물을 몽땅 넣고 푹 끓여낸 것이 나주곰탕이라는 얘기다. 곰국을 끓이면 국물 위로 노랗게 기름기가 뜬다. 기름기를 일일이 걷어내고, 식혀서 하얗게 굳어지면 다시 또 걷어낸다. 통조림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넣고 끓였으니 누린내와 기름기가 심하여 그 과정은 배의 시간이 필요 했다. 결과적으로 말간 나주곰탕이 만들어졌다.

나주 곰탕집 거리에서 만나는 나주곰탕은 소의 살코기를 넣어 6시간 이상 푹 끓여 국물이 말갛다. 주로 사태, 목심, 양지를 사용한다. 고기는 건져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두었다 밥을 말아 뜨거운 국물로 수차례 토렴한 위에 얹어 손님에게 나간다.

▲영산포 홍어(황정희 동녀기자)
▲영산포 홍어(황정희 동녀기자)

내륙으로 둘러싸인 나주에 홍어라니? 나주는 분명히 육지 한가운데에 있는데도 홍어가 유명하다. 홍어는 흑산도가 본산지인데 영산포까지 오게 된 유래를 따라가 본다.

고려 말 왜구의 잦은 침탈을 보다 못한 조정에서 섬 사람들을 육지로 이주시켰다. 흑산도 사람들이 이주한 곳이 나주다. 흑산도는 섬이라는 특성에 맞게 어업이 발달하였고 홍어가 많이 잡혔다. 나주에 이주하였으나 어장인 흑산도로 가서 생선을 잡아서 나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데는 보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다른 생선들은 썩어서 버려야 했는데 홍어는 썩은 듯하나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 암모니아에 의한 발효로 삭힌 홍어가 음식이 되는 순간이다. 삭힌 홍어는 흑산도 뱃사람들이 별미로 먹기 시작하면서 조선시대에는 나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나주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홍어숙성(황정희 동녀기자)
▲홍어숙성(황정희 동녀기자)

홍어를 제대로 삭히려면 4단계 공정이 필요하다. 실온 숙성, 냉장 숙성, 냉동 숙성 다시 냉장 숙성 과정을 거쳐야 홍어 특유의 맛과 육질이 살아난다. 영산포 홍어의 대부분은 해외 원정 산이다. 칠레나 알래스카산 홍어다. 가끔 흑산도 홍어가 공수되는데 한 마리에 5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높다. 홍어는 보통 돼지고기, 김치와 함께 삼합으로 즐긴다. 홍어 정식을 주문하면 삭힌 홍어 외에도 찜과 튀김요리, 애 등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처음 접하면 코끝을 콱 찌르는 냄새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다가 한 번 두 번 먹다가 푹 빠져드는 음식이 홍어다.

▲홍어삼합(황정희 동녀기자)
▲홍어삼합(황정희 동녀기자)
▲홍어찜, 튀김(황정희 동녀기자)
▲홍어찜, 튀김(황정희 동녀기자)

영산포 홍어(나주시 영산3길 6번지)

홍어 초보자부터 즐겨 먹는 이들까지 두루 만족하게 할만한 맛집이다. 1인 2만 원(칠레산)이라는 착한 가격에 홍어삼함, 애, 찜, 튀김, 전, 탕까지 다양한 홍어음식을 맛볼 수 있다. 흑산도산 홍어정식은 4만 원이다.

나주곰탕

국밥의 형태가 전통식이지만 최근에는 밥과 탕을 따로 내는 곳도 많아졌다. 고기 맛과 육질은 집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얀 집과 노안이 널리 알려져 있고 사매기나주곰탕, 탯자리나주곰탕도 추천한다. 곰탕은 9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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