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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中 여주 카라반, 운치를 벗삼다

기사입력 2019-10-29 10:16

[우아한 캠핑, 우리도 함께 가요] PART 05 캠핑 체험 1박 2일

캠핑카 혹은 카라반을 직접 끌면서 여행하는 것이 당장 어렵다면 편안하게 카라반 캠핑을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캠핑의 참맛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자 훌쩍 떠난 곳은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여주 카라반’. 그런데 하필 비올 확률이 100%. 13호 태풍 링링의 영향권에 접어들기 직전이었다. 망설였으나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카라반에 들어가 체험하는 것도 신나는 일이기에. 때론 100% 비 소식에도 맑은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여행의 진미. 하늘의 이치인 듯 상황에 적응하며 즐겨봤다.

▲장소 협찬 여주 카라반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선사길 321(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장소 협찬 여주 카라반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선사길 321(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용어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카라반이나 캠핑카 등 바퀴 달린 것을 가지고 하는 캠핑을 알빙(RVing)이라고 부른다.‘카라반은 주거시설을 갖춘 컨테이너를 차에 견인해서 끌고 다니는 것이고, ‘캠핑카는 자동차 안에 캠핑을 할 수 있게 꾸민 것. 정식 명칭은 모터홈(Motorhome)이다.

카라반 파크와 카라반 체험장

외국의 경우 사막 혹은 너른 대지를 관통하는 도로 구간에 카라반 파크가 있다. 카라반, 캠핑카를 몰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여장을 푸는 곳 말이다. 카라반에서 장기투숙하면서 인근에서 일하는 사람, 그곳에 생활 터전을 잡고 대가족을 이뤄 사는 이들도 있다. 카라반에 관한 통상적인 경험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많이 한다. 그것도 사막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총격 신 배경에 자주 카라반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30대 초반 3~4개월 정도 카라반에서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호주 퀸즐랜드 주의 농장이 많은 칠더스라는 곳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던 때 슈가볼이라는 카라반 파크에서 살았다. 구식이었지만 카라반에는 화장실 시설을 제외하고 소파와 주방, 개별적으로 분리된 침실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인데 한국에서는 카라반 구경이 쉽지 않았다. 살면서 접해보지 않았을뿐더러 즐겨 보던 영화의 배경이기도 했으니 늘 궁금증은 하늘을 찔렀다. 상상해보지 않았던 생활이었기에 그때의 카라반 생활은 낭만적인 풍경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한국에서도 카라반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여주 카라반은 외국의 사례처럼 오토캠핑족(차를 가지고 다니는 캠핑족)을 위한 장소는 아니고 말 그대로 카라반이 궁금한 이들에게 호기심을 해소해주고 이색적인 추억을 담을 수 있도록 해주는 체험 장소다. 4000여 평 규모의 대지에 평수와 형태가 다른 다양한 종류의 카라반이 초록빛 잔디와 나무가 둘러싸인 곳에 줄지어 서 있다. 나름 카라반 파크 현장을 우리 실정에 맞게 재현해놓았으며 각각의 카라반에 개별적으로 데크와 어닝도 장착했다.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카라반을 이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도 가능하다고. 어쨌거나 카라반 여행을 꼭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니 마음 편하게 분위기를 즐기면 그만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체험을 떠나 일생일대의 결정을 할 수도 있는 중요 장소인 셈. 카라반을 엇비슷하게 본떠서 만든 카라반형 숙소 아크하우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카라반이다.

여주 카라반은 미국의 포레스트리버 사의 카라반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들여왔다. 가장 큰 평수로 알려진 12평 규모의 체로키 39KR’과 두 번째 규모인 체로키 Q2’는 이곳이 아니면 체험하기 어렵다.

기자와 지인들이 묵었던 체로키 Q2’에는 샤워장이 딸린 화장실이 앞뒤로 두 개나 있다. 일단 이곳에서는 이동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카라반 내에서 설거지나 샤워를 할 때 불편함은 없다. 뒤쪽 샤워장은 작게나마 욕실도 꾸며져 있지만 사우나를 즐길 만큼의 규모는 아니다. 퀸 사이즈 침대는 물론 대형 TV, 냉장고, 소파와 주방까지 알차게 들어차 있다.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간이 주거시설이라는 느낌을 넘어 가정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 4인 이상의 가족이 함께 와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카라반 안에는 곳곳에 수납장이 마련돼 있어 요긴하게 쓰인다. 특히 도로를 달릴 때 흔들림을 생각해 수납장 안에 꼼꼼하게 물건들을 챙겨 넣으면 떨어져 깨지거나 흩어질 일이 없다. 이곳 카라반의 수납장은 여닫이문을 달았지만 호주에서 이용했던 카라반 수납장 문은 미닫이였다. 차량 이동 시 충격에 의해 문이 열릴 수 있어 미닫이문으로 돼 있는 거라고 영국 친구가 설명해줬다. 체험장에 있는 시설은 불편함을 덜기 위해 여닫이문을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비와 바비큐가 제법 잘 어울린 밤

주룩주룩 한없이 비가 내리던 그날, 카라반에 비치된 밥솥에 밥을 짓고 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바비큐는 실외에서 준비했다. 실내에서 연기를 피우면 경보장치가 울리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굽는 요리를 할 수 없다고. 다행히 카라반 입구 앞 너른 공간을 어닝으로 가려줘 비를 피하면서 바비큐를 할 수 있었다.

카라반 체험을 함께한 지인이 숯불에 구워 먹을 고기와 쌈 채소 등을 알뜰하게 준비해와 고마웠다. 곧 갖가지 채소와 구운 고기가 상 위에 올랐고, 우리는 못다 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듣고, 각자의 새로운 관심사에 귀 기울였다. 공기 맑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과 빗소리를 들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잔잔히 흘러갔다.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10년 전에 캠핑카로 미국 여행을 한 적이 있다는 지인은 화장실 변기통을 비우고 물관, 전기 연결 등등 캠핑장에 도착하면 귀찮은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 불편함을 없애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해서 한국형 캠핑카로 변환한 점이 좋은 아이디어 같고 생각 이상으로 편하고 깔끔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피하지 않고 즐겼을 뿐인데 더 따뜻하고 아늑한 저녁시간이었다고나 할까. 비에 옷과 신발이 많이 젖었지만 카라반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운치마저 느껴졌다. 태풍 걱정은 어느새 잊고 비의 낙차가 카라반 외벽과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특별한 화음을 밤새 즐겼다.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카라반 생활 경험자가 본 여주 카라반

개인적으로 카라반은 내부 공간이 좁아도 괜찮을 듯싶다. 좀 더 캠핑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집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편안함을 기대한다면 집 밖을 나와 여행할 이유가 없다. 여행자는 자연이라는 더 넓은 공간에 눈을 빼앗겨야 한다. 그래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주에서 경험한 카라반은 호주에서 이용했던 것에 비하면 호화로웠다. 카라반 내부를 돌아다니는 작은 도마뱀과 독거미, 운동화 속에 숨어 자는 생쥐가 없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외국의 카라반 파크처럼 넓게 쓰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카라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특별했다. 돌아오던 날 아침, 100%의 비올 확률을 뚫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인 것을!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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