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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우리가 마지막 세대예요

기사입력 2019-01-14 09:48

"아버지! 이렇게 아버지를 찾아와 문안드리고 모시는 것도 이젠 우리 세대가 끝이에요."

"그럴 게다!"

환갑을 넘긴 아들이 여든 중반을 넘긴 아버지를 매주 일요일이면 찾아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의사인 아들이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바쁠 텐데도 이렇게 찾아와 주니 아버지는 내심 기쁘고 고맙다.

"아버지! 저희는 자식에게 기댈 생각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 그럴 자식이 없기도 하지만요. 늙으면 아예 요양원 갈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둬야겠어요. 죽어서도 제삿밥 얻어먹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하고요."

"시대가 그런 걸 어떡하겠니? 오히려 그게 마음 편한 일이지 않겠니?"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변한다.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우리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도 베푼 사랑을 되돌려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기대는 내리사랑의 역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베푼 사랑을 받고 자란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사랑을 베풀고 그렇게 세대를 이어가는 게 내리사랑이기 때문이다. 정성과 희생으로 키운 자식들이 서운하게 할 때도 있지만 부모의 책임이라 여기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진다. 부모 자식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나이 들수록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고 불효를 뉘우치듯 자식들도 언젠가는 마음 아파하지 않을까? 우리가 젊었을 때 어른들은 “네놈들도 자식 낳고 키워보면 부모 마음 알게 될 게다”라고 말했다. 세월과 함께 그 말씀의 뜻을 서서히 알게 됐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고 주는 것임을 말이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희생이고 무조건임을 몸으로 깨달았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러셨다. 늘 자식 생각만 하고 살았다. 당신 인생은 뒷전이었다. 치아가 모두 손상되어 잇몸으로 사시던 부모님. 틀니를 해드릴 형편이 되었을 땐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후회만이 마음을 크게 짓눌렀다. 자식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 부모 세대와 달리 남은 인생도 생각하고 노후자금도 미리 챙겨두려 하고 있으니 세상의 변화는 우리 세대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늙어 거동을 못하면 요양원으로 보내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절이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할 생각을 굳히고 있다. 전국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긴 요양 시설이 이를 증명한다. 세월의 흐름에 탑승함이 마음 편하게 여생을 마치는 일일 듯하다. 세상의 변화를 어찌 거스를 수 있을까. 유비무환이라 했다. 더 나이 들어 기억이 감감해지기 전에 노후 준비 하나둘 준비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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