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癡呆). 한문사전을 찾아보면 ‘치’에는 ‘어리석을, 미련한, 미치광이’ 등의 뜻이 있다. ‘매’에도 ‘어리석다, 미련하다, 어리둥절하다’ 등의 뜻이 있다. 이렇게 사전에 나오는 여러가지 ‘치매’의 의미에서 보듯 좋은 말은 하나도 없다. 치매에 걸리면 뭔가를 잘 까먹다가 기억을 못하는 게 일반적인 증상이다. 그리고 원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성품보다 더 순해지는 치매도 있지만 무척 난폭해지는 치매도 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하고는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달라 어리둥절해 질 때가 많다. 어리석게 보이거나 미련하게 보이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미친 사람의 행동처럼 보일 때도 있다. 치매의 글자 뜻이 좋은 말은 아니지만 사전은 그런대로 적당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얼마 전 치매를 앓던 장인어른이 요양원에서 별세했다.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그 요양원에 치매 어르신이 꽤 있었는데 장인의 경우 종전 보다 양순해졌지만 사위는 물론, 아들딸, 손주들을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떤 어르신은 난폭한 행동과 말 때문에 요양보호사와 자식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2017년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 7,066,201명 중 치매환자 수는 702,436명으로 유병률이 9.9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자는 29.1%, 여자가 70.9%로 남자보다 월등하게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85세 이상에서는 전체의 38.8%가 치매환자로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는 노년층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건강보험평가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6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치매환자 수는 424,239명으로 이 중 초로기 환자는 19,665명이며 30대에서 50대까지의 환자 수도 8,521명이었다. 최근 국회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2017년 기준으로 6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치매환자 수가 18,622명이라고 나와 있다.
알츠하이머치매, 혈관성치매, 파킨슨치매 등 치매의 원인과 종류도 다양하다. 종전에 주로 노년층에서 발병하던 것이 근자에는 65세 미만 층의 치매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알콜성치매, 디지털치매 등의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017년 우리나라의 전체가구 수가 2,175만 여 가구라고 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30가구 중 한명 꼴로 치매환자가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여러 자료에서 보듯이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서 치매예방과 치료를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속도는 더디지만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니 기대해 볼 일이다. 최근에는 하버드의대 연구진이 운동효과가 있는 알약으로 알츠하이머치매의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고 보도되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게 한다. 많은 가정에서 치매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과 불신으로 불화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자식이 치매를 앓는 부모를 내다버리는 패륜 사례는 물론, 간병을 하던 배우자가 살인을 한 경우까지도 종종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치매환자 본인의 심리적 상실감과 고통은 말할 것도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간병인을 힘들게 하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어느 시인은 치매에 걸린 노모를 보고 영혼의 정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장인이 계시던 요양원에 드나들면서 치매어르신들을 보고 지은 시조 한 수를 올리며 모든 사람들이 치매걱정에서 벗어나는 때가 속히 오기를 바란다.
망각의 강
저 애가 누구더라
안개 낀 듯 자욱하다
행여나 실수할까
초점 없이 바라볼 뿐
딸인지 며느리인지
아들인지 사윈지
나가려 서있었나
들어오다 섰는 건가
도무지 모르겠네
누가 알까 민망하다
차라리 백지장처럼
하얘져 버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