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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푸른 섬 ‘소청도’

기사입력 2018-11-02 10:35

김종억 동년기자의 섬기행⓵

(김종억 동년기자)
(김종억 동년기자)

2018년 어느 가을 날, 아침 일찍 인천의 연안부두 대합실로 향했다. 초등학교 동문 선·후배 12명이 소청도와 대청도 투어를 할 목적으로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여건이 된다면 바다낚시도 할 예정이었다. 연안부두를 출발하여 소청도에 들렀다가 대청도를 경유해서 백령도를 목표를 출발하는 쾌속선 ‘코리아킹’을 탔다.

(김종억 동년기자)
(김종억 동년기자)

과거에는 인천서 백령도까지 240여km. 시속 12노트(22km) 정도로 달리던 옛날 연락선은 10시간가량 소요됐는데 지금은 쾌속선으로 4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다. 그것도 소청도, 대청도를 들러 기항하는 시간까지 합친 것이니, 실제 항해 시간은 3시간 반 남짓으로 보면 될 듯하다.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높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연안부두를 출항한 ‘코리아킹’은 유유히 인천대교 밑을 빠져나가자 거침없이 망망대해를 달렸다. 쾌청한 날씨이기는 하나 해무(海霧)가 살짝 물든 바다를 가르며 달리니 흡사 거대한 모터보트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다. 우리 일행은 멋진 여행을 기대하면서 출렁이는 가을바다로 가르고 있었다.

(김종억 동년기자)
(김종억 동년기자)

얼마나 달렸을까? 드디어 멀리 섬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소청도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소청도’는 인천에서 210km 거리로 옹진군 대청면에 속해 있는 섬이다. 지도에서 보면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가장 북쪽에 백령도, 그 아래 대청도, 그리고 소청도가 있다. 바위섬인 소청도는 ‘소암도’라고도 하였으나 이후에 수목이 무성한 섬이라 해서 ‘소청도’로 불린다. 완만한 섬의 형태가 남북으로 길게 널려 있고, 200여명이 채 안 되는 주민들이 두 개 마을(예동, 노화동)에 살고 있다. 옹진군에 속하는 소청도는 한때 '푸른 섬'이라 하여 청도(靑島)로도 불린 바 있다.

(김종억 동년기자)
(김종억 동년기자)

서해 5도를 밝히는 등대 소청도 등대

섬의 서쪽 끝 해안절벽 83m 고지에는 새하얀 소청도 등대 하나가 외로이 서있다. 소청도 등대는 대한민국 서해안의 최북단에 위치해 육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등대로 기록돼 있다. 마을을 지나 등대로 가는 길은 언덕배기 외길이다. 소청등대는 1908년 설치되었다. 점등 당시의 등명기가 지금도 광채를 발하며 백 년 동안 쉬지 않고 돌고 있다. 소청도 등대는 1908년 1월에 점등(點燈)하였으나 등탑이 노후하여 2006년에 새로운 등탑을 건립했다. 콘크리트 구조의 등탑 높이는 18m로서 42㎞ 떨어진 해상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3교대 근무를 한다는 등대지기의 친절한 설명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등탑에 올라 바라본 바다는 너무나 푸르고 고요했다. 해안선 따라 울긋불긋 가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햇살은 따사로웠으나 해풍이 시원하게 불어주니 마음속에 쌓여있던 찌꺼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소청도에는 비록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제법 가파른 산비탈에 미로처럼 자동차길이 나있었다. 4륜구동 2대에 나누어 탄 일행은 마치 곡예 하듯 달리는 차에 의지한 채, 작은 등성이 하나를 넘었다.

소청도 분 바위

소청도에는 유난히 하얀 바위가 많았다. 과거 섬 주민들은 값을 쳐주겠다는 육지 사람들의 말에 하얀 바위를 깨 자루에 담아 팔았다. 쏠쏠한 수입원이었다. 지난 2016년 지질학자들이 이곳을 다녀가고 나서야 소청도의 '귀한 존재감'이 드러났다. 분을 바른 듯 하얗다고 해서 분바위로 불렀던 바위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대리석이었다. 석회암이 오랜 시간 열과 압력을 받아 대리석으로 변한 것이었다. 소청도 남동쪽 끝자락에는 이런 대리석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다. 조상들은 달빛에 빛나는 대리석을 '월(月)띠'라고 불렀다. 등대가 없던 시절에는 이걸 보고 뱃길을 찾았다고도 한다. 분바위(월띠)는 석회암이 변하여 대리암으로 된 것으로서 하얗게 보이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한 원생대 지질유산이므로 천연기념물 제508호로 지정되었다.

(김종억 동년기자)
(김종억 동년기자)

분바위가 우뚝 서있는 해안가에는 무성한 다시마와 홍합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바다냄새가 물씬 코에 스민다. 분바위와 더불어 바닷물에 잠긴 갯바위의 고고한 모습이 눈을 사로잡는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바다풍경은 어릴 적 섬에서 나고 자랐던 우리들에게는 잃어버린 향수를 일깨워주었다. 바닷물에 빠지지 않고 갯바위에 겨우 의지한 채, 바닷물에 간들거리는 다시마를 채취하니 금세 한 무더기가 되었다. 신이 난 일행은 홍합을 채취해서 즉석에서 홍합탕을 끓였다.

(김종억 동년기자)
(김종억 동년기자)

싱싱하고 탱글탱글한 홍합의 구수한 맛에 모두가 환성을 지른다. 어디 그 뿐이랴! 말간 바닷물에 성게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귀하디귀한 성게가 이렇듯 지천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으니 이 얼마나 청정해역이던가! 성게를 건져올려 맛을 보니 그 짭조름한 맛 뒤에 달콤한 향이 뒷맛으로 입안 가득히 풍긴다. 즐거운 시간을 뒤로 한 채, 소청도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멀리서 신나게 물살을 가르며 나타난 ‘코리아 킹’을 타고 일행은 다음 여정지인 대청도로 향했다.

(김종억 동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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