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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플레이어

기사입력 2018-08-01 08:38

어느날 골프 지인이 죽었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 반응이 이상했다. 심지어 한 사람은 “잘 죽었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이유는 죽은 사람이 지나치게 시간을 끌며 경기를 하는 바람에 평소 밉상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평소에 누가 그에게 직접적으로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슬로 플레이어는 골프나 당구에서 시간을 끄는 사람들을 말한다. 당구나 골프 모두 혼자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즐기는 게임이다. 그래서 슬로 플레이어가 혼자 너무 시간을 지체하며 진을 빼면 다른 사람은 리듬을 잃을 수 있다.


골프에서는 슬로 플레이어가 주는 영향은 심각하다. 동반자들에게는 물론 뒤 팀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라운딩을 마쳐야 하는데 동반 캐디는 독촉할 책임을 맡고 있으므로 더 좌불안석이라는 것이다. 뒤 팀이 보복으로 앞 팀이 아직 이동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이동하지 못한 시간에 일부러 공을 날려 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골프에서 슬로 플레이어의 유형은 일단 티샷 순서에 제때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시간을 쓸데없이 보내는 유형, 흔드는 동작 왜글(waggle)을 너무 많이 하는 유형, 그린에서 요리조리 각 방향에서 재면서 퍼팅하는 유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당구에서는 자기 순서가 되었는데 그때야 장갑을 끼는 등 늑장을 부리기도 하고 스마트 폰 볼일을 보면서 통화도 하고 문자도 다 보내고 플레이하러 나오는 유형이 있다. 그리고 당구대를 앞뒤로 돌면서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시간을 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당구 선수 제레미 뷰리(Jeremy Bury)가 슬로 플레이어로 악명이 높다. 반면 조명우, 조재호 선수는 빠른 플레이로 인기 있다.

당구 공식 게임에서는 한 샷에 40초 제한을 둔다. 한 게임에 두 번 정도 타임아웃 제도를 둬서 특별히 시간이 걸리는 난구에서는 예외로 한다. 골프에서는 투어마다 조금씩 다르고 첫 플레이어와 후속 플레이어에 차이를 두기도 한다.


슬로 플레이어가 욕을 먹는 이유는 골프나 당구 모두 승패가 달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연습을 통해 척 보면 바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막상 실전에 와서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시간을 끌면 지나치게 승리욕이 있어 보인다.


이런 슬로 플레이어에 대한 반감은 세계 공통이지만, ‘빨리빨리 문화’에 길든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철을 타는데 스마트 폰을 보느라고 천천히 가는 사람이 있으면 비켜 가기보다는 밀쳐 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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