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年기자] 그 여자 그 남자의 물건, 추억을 소환하다
엄마를 회상하며, 엄마의 향수에 흠뻑 젖고 싶어 방구석을 쓸쓸히 지키고 있던 엄마 재봉틀을 2년 전 집으로 가져왔다. 옆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와 함께 있는 듯했다.
여중생 시절, 가정 숙제로 앞치마를 만들어오라고 해서 재봉틀을 만지는 순간 그만 바늘이 톡 부러지고 말았다. 그 후 바늘이 무서워 재봉틀 숙제는 모두 엄마와 언니한테 부탁했다. “그래도 여자는 재봉틀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바늘이 나를 찌를 것 같아 무서워서 못하겠어” 하고는 재봉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 방에 가져다 놓고도 뭘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며칠 전 ‘작동이 되는지 한번 볼까?’ 하며 재봉틀을 들여다봤다.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몰라 여기저기 살펴보고 만져봤다. 바늘이 달려와 손가락을 찌를 것 같아 바들바들 떨면서 겨우 만졌는데 순간 달달거리며 재봉틀이 움직이는 것 아닌가? 엄마가 살아오신 듯 얼마나 반가웠는지! 엄마의 손때가 가득 묻은 재봉틀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는데 엄마는 안 계시다. 하늘나라에서 내 모습을 지켜보고 계실까.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흐른다. 엄마의 숨결을 느끼며 옆에 끼고 있는 재봉틀을 수시로 만져본다. 기쁠 때나 슬플 때 그리고 삶이 힘들 때마다 엄마의 재봉틀은 내 곁에서 영원히 나의 에너자이저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