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年기자] 그 여자 그 남자의 물건, 추억을 소환하다
▲아버지의 나무 함(황영태 동년기자)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이신 아버지는 젊은 시절 경의선 철도 기관사였다. 집안 식구들이 전부 철도 쪽 일을 했다. 광복 후 남북으로 국토가 나뉘어졌어도 처음에는 어느 정도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다 점점 통제가 심해지자, 금강산 여행 간다고 하고는 원산에서 경원선 기관차를 타고 남하하셨다고 한다.
그때 금강산 여행 증거품으로 아버지는 기념품을 사가지고 서울로 오셨다. 1946년도 제품이다. 진달래 뿌리로 만든 나무 함은 넓이 14cm, 높이 5cm 정도의 크기다. 나무뿌리의 굵기를 봐서 상당히 오래된 진달래 뿌리처럼 보였다.무슨 용도로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어려서부터 나는 이 물건을 상당히 좋아했다. 사탕이나 과지를 주면 먹지 않고 꼭 이 나무함에 넣었다가 먹었다고 한다.
뚜껑에 조각된 금강산 폭포와 뒷배경의 소나무, 그리고 금강산이라 쓰인 글자를 본다. 작은 나무 함을 보면 금강산 전체를 다 본 듯하다. 불현듯 잊고 지낸 아버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