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다. 별로 붐비지는 않았지만, 슬쩍 둘러보니 빈자리는 없다.
필자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탔을 때 빈자리에 그리 연연해 하는 편은 아니다.
바로 필자 앞에 빈자리가 생기지 않는 한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가 나도 그쪽으로 가지 않는다. 안 우아해 보일 것 같아서다. 이번에도 빈자리가 없으니 서서 갈 요량을 하고 손잡이를 잡았다.
아, 창문으로 비치는 걸 보니 필자 뒷좌석의 사람이 내리고 있다.
너무 재빨리 가는 것도 우아하지 않을 것 같아 천천히 몸을 돌렸더니 두 빈자리 중 한쪽에 어떤 아주머니가 앉았는데 옆에 신문이 놓여 있었다.
필자는 내린 사람이 두고 간 것인 줄 알고 무심코 집어 들려고 했는데 앉은 아주머니가 자리 있어요! 하면서 어떤 다른 아주머니를 손짓해 부르고 있었다.
저쪽에 떨어져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헐레벌떡 달려와 엉덩이를 디밀었다. 말로만 듣던 자리 잡아주기였다.
빈자리가 나면 멀리서도 핸드백을 휙 던져서 자리를 잡는다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이 아주머니들은 일행이니까 한편 당연한 행동일 것이다.
필자는 좀 창피했다. 하던 대로 바로 앞의 자리가 아니니 욕심내지 말 걸 하는 후회와 함께 멋쩍은 웃음을 띠고 그 앞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신발에 문제가 있었는지 몸을 구부리고 있었는데 필자 옆에 서 있던 남학생이 커다란 배낭을 선반에 올리려다 떨어뜨렸다.
얼핏 봐도 엄청 무거워 보이는 육중한 배낭이 수그리고 있던 아줌마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이쿠~소리와 아,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들렸는데 필자는 속으로 휴, 저 자리에 앉지 않기를 잘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욕심내서 앉았다면 저 큰 물체가 필자에게 떨어졌을 것이다.
아마 저쪽에서 달려와 자리를 차지한 아줌마를 필자는 좀 얄밉게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흐흐~ 것 참 쌤통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필자 대신 그 남학생이 아줌마에게 복수해 주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참 소심한 복수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 자신이 너무나 우스워져서 큰소리로 하하하하 웃었다.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