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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의 돌연사

기사입력 2018-02-09 11:35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친했던 K라는 이웃이 있었다. 아내들끼리도 친하고 바깥 남편들도 뜻이 통했다. 나이도 비슷해서 생각하는 범주도 맞아 떨어졌다. 부모들이 친하면 자연히 아이들도 친해진다. 여름이면 피서도 같이 다니고 집안 길흉사에도 서로 오갔다. 끈끈한 정이 3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이다. 지금은 서로 이사를 해서 떨어져 살지만 정이 두터워 1년에 서너 차례는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K의 아내가 필자 아내에게 문자 한통을 보내왔다. 너무 놀라운 내용이었다. “○○이가 부모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갔어! 너무 슬퍼!”라는 문자였다. ○○이는 K의 큰아들로 작년에 결혼해 아이는 아직 없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이런 젊은이가 갑자기 저세상으로 갔다니 이런 날벼락도 없었다. 아내가 K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너무 슬퍼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너무 슬프면 정신이 나간다, 자식의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 있겠는가!

    

필자가 K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우선 전화로 위로를 하고 다음 날 K와 마주 앉았다.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아들이 퇴근하고 집에 올 시간이 되었는데 오지 않자 며느리가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걱정이 된 며느리가 시아버지인 K에게 연락을 했다. K는 평소 술도 먹지 않고 착실한 아들에게 무슨 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라고 했다. K도 부랴부랴 아들네 집으로 달려갔다. 경찰에서 휴대폰으로 위치추적을 해보니 아들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위치가 잡혔다. 경찰과 함께 주차장을 뒤져 아들의 차를 찾았다.

    

아파트 지하 주자장에서 K가 아들의 자동차를 발견했을 때 아들은 이미 죽어 있었다고 한다. 급히 119를 불러 심폐소생술을 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죽음을 확인하는 결과만 얻을 수 있었다. 아들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정도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어버린 게 분명했다. 아무런 외상이 없었으나 가족이 찾아 나서고 경찰에 신고하고 과정에서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젊은 사람이 말 한마디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필자의 직장 동료도 결혼한 아들이 며느리와 함께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들이 죽어 있었다고도 한다. 얼마 전에도 유명 영화배우가 운전 중에 정신을 잃어 생을 마감한 경우도 있다. 곤충이나 야생 동물들은 죽을 때 고생하지 않고 쉽게 죽는다고 한다. 죽는 복도 타고나야 하는데 노인이 앓지 않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면 복이라 한다. 하지만 젊은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뜨는 것은 복이 아니라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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