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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시인과 '동무생각'을 만나다

기사입력 2018-02-02 09:46

▲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박애란 동년기자)
▲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박애란 동년기자)

노래하는 시인 김광석! 마침내 그를 만났다. 지난 해 11월 25일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였다. 그는 시인이다. 노랫말이 아름다우면서도 곡은 애잔하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5년 전이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듣던 필자가 우니까 아들이 필자를 안고서 등을 토닥토닥 다독여줬다. 아직도 감성적인 60대 엄마가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는 대목에서 울음이 터지니 30대 아들이 달래줬던 것이다.

그의 노래를 알게 된 것은 20여 년 전 동료 국어선생님들 덕분이었다. 평택여고 국어선생님들은 '일어나',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 그의 노래를 즐겨 불렀다. 필자는 잠자고 있던 감성을 마구 휘저어놓는 그들이 참 좋았다.

그의 노래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고 가슴을 저미게 하는 슬픔이 있었다. 이슬처럼 맑은 그의 영혼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로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소탈한 모습의 그는 노래 부를 때는 열정적인 사나이가 되어서 떠나간 여인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힘없이 체념해버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그는 왜 그렇게 세상을 일찍 떠난 것일까? 여린 그의 영혼이 견디기에 지구의 삶이 너무 버거웠던 것일까? 아쉽고 또 아쉽다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서 더 많은, 주옥같은 노래들을 만들어서 불러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청라 언덕에서’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한 고색창연한 고딕양식의 교회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청라언덕에 갔을 때의 일이다. 청라언덕은 담쟁이가 무성했던 언덕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 '청라'에서 '청'은 '푸를 청' 자이고 '라'는 '담쟁이 라' 자라고 문화해설사가 설명해주었다. 새로운 지식은 늘 흥미롭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날이었는데 감성적인 해설사의 해설 또한 아주 맛깔스러웠다. 그녀의 지도로 우리들은 청라언덕에선 '동무생각'을 노래하고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에서는 '대한독립 만세' 삼창을 했다. 우리들은 '날씨와 사람' 두 가지 행운을 다 누렸다.

가곡 '동무생각'에 얽힌 스토리에 눈물이 났다. 3년 전에도 이 노래비에 얽힌 스토리에 눈물이 났었는데 또 눈물이 났다. 작곡가 박태준 선생님의 러브 스토리 때문이다. 대구 계성고등학교를 다니던 그는 경북여고 여학생을 연모했단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에 끝내 말 한 마디 못하고 가슴에 그 사랑을 묻어버렸다. 몇 년 후 그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이은상 시인께 자신의 애달픈 사연을 들려줬다.

"잊지 못할 그 소녀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곡 안에 담아두면 박 선생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냐.”

"가사를 써줄 테니 곡을 붙여보겠나?”

이은상 시인은 즉석에서 시를 써서 건넸다고 한다. 박태준 선생님의 첫사랑은 '동무생각'에서 영원히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왜 그리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마음이 쓰이고 가슴이 아픈 걸까? 사랑! 여느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인 아름다움이겠지만 나는 아니다. 아프고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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