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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들통날 홈쇼핑 과대광고

기사입력 2017-09-12 11:20

며칠 전 동생들과 엄마 집에서 모였다. 수다가 지루해질 때쯤 TV를 켰는데 홈쇼핑 방송에서 정말 군침 도는 상품 소개하고 있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부드러운 맛의 반건조 오징어였다.

필자는 오징어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하던 마른 오징어를 이제는 잘 먹을 수 없다. 슬프지만 이가 약해져 감칠맛 나는 오징어 먹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큼직한 오징어 한 마리 정도는 앉은자리에서 먹어치웠는데 치아 때문에 씹을 수 없게 되니 서글프다. 나이 드니 어쩔 수 없는 신체적 문제를 자주 겪는다.

그러나 마른 오징어만 못 먹을 뿐 물오징어나 특히 반건조 오징어는 아직도 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는 화면을 주시했다. 쇼 호스트는 프라이팬에 커다란 반건조 오징어 버터구이를 하고 있었다. 오징어가 어찌나 실한지 두툼한 살이며 크기가 우리를 자극했다. “어머, 저 오징어 참 맛있겠다, 정말 두껍고 크다!”

“근데 저 오징어 광고에서만 저렇게 크고 두툼한 거 아닐까? 주문해도 저런 상품이 올까?” “론칭쇼에서만 저렇지 보내주는 상품은 다를지도 몰라.”

우리는 어느 새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여태까지 홈쇼핑에서 구매한 먹을거리는 화면에서 보던 것과 달라 늘 필자를 실망시켰다. 언젠가 유명한 쇼 호스트가 소개하는 햄버그스테이크를 산 적이 있다. 한쪽에선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앉아 햄버그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 있었고 쇼 호스트는 신나게 스테이크를 구우며 상품을 자랑했다. 화면으로 보이는 햄버거는 큼직하니 아주 먹음직스러웠다. ‘와~ 저 정도면 가격 대비 필자가 만드는 것보다 더 맛있어 보이네’ 하며 서둘러 주문 버튼을 눌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저렇게 큼직하고 두툼한 햄버거가 올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유명 쇼 호스트가 광고하는 상품이니 이름값은 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며칠 후 배송된 제품을 받았을 때 그러면 그렇지 하고 실망을 했다. 화면에선 만드는 분들의 손 크기와 비교해 엄청나게 커 보였는데 받은 햄버거는 필자의 손바닥보다 작았다. 다시는 홈쇼핑 물건을 사지 말아야지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광고를 보고 마음에 들면 또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 엄마와 동생이랑 상의했다. 그리고 화면에서 보이는 것만 크고 두툼할지 모르니 맛보기로 한 세트만 사서 나누어 먹자고 의견을 모았다. 21마리가 한 세트이니 7마리씩 나누면 되었다. 한 마리당 2000원꼴이라 맛보고 좋으면 다음 론칭 때 각자 한 세트씩 더 사기로 하고 일단 한 세트만 주문했다.

오늘 물건을 받았다. 역시 실망스러웠다. 화면 속 프라이팬 위의 오징어는 아무리 오그라들면서 구워져도 큼직했지만, 필자가 받은 오징어는 그렇지 않았다. 3마리가 한 팩에 담겨 있었는데 3마리를 다 합쳐야 광고에서 보던 오징어 한 마리 크기와 비슷할 것 같았다. 그래도 실망은 했지만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라 당장 한 마리를 버터에 구워봤다. 예상했던 대로 오징어는 필자 손바닥만 하게 줄어들었다. 화면 속 오징어는 왜 그렇게 커 보였을까? 먹어 보니 필자가 좋아하는 맛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크기는 작아도 필자가 좋아하는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라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한 팩 안에 들어 있는 오징어 3마리를 다 꺼내 보니 가운데 끼어 있는 오징어가 크기가 더 작았다. 이런 상술은 없어지면 안 되는 걸까? 과일을 사도 위에는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과일을 올려놓고 아래쪽에는 상처가 있거나 볼품이 없는 과일들로 채운다. 하도 그런 일을 많이 겪어 이제는 또 그러려니 한다.

아래위 다 좋은 물건을 담아 팔면 안 되는 걸까? 이번에 산 오징어도 3마리 다 비슷한 크기였다면 좋았을 텐데 작은 걸 가운데 끼운 것은 얄팍한 상술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물건을 받아들 때마다 소비자 입장에서 불쾌하다. 이제는 의심이 없는 구매를 하고 싶다. 광고에서 본 똑같은 상품을 받고 싶은 것이다. 생산자나 쇼 호스트는 제발 과대광고로 눈속임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번 반건조 오징어는 맛이 좋아 그나마 크기에 대한 불만은 접어두고 맛있게 먹기로 했다. 지금 막 버터에 오징어 한 마리를 구웠다. 맛있는 냄새가 필자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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