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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자식이 주는 십일조

기사입력 2017-09-11 10:52

[동년기자 페이지] 내 자식 혼사열전

“가형, 정말 고마워!”

“원장님, 왜요?”

“지난번 얘기해준 십일조 때문에….”

“그래서 뭐가 달라졌나보죠?”

“음, 덕분에 아이들한테 매달 용돈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 집안 분위기도 달라졌어!”

아침마다 체육관에서 보는 선배는 자식들한테 늘 불만이 있었다. 아들이 셋인데 국립병원장 출신이라 체면도 있고 해서 결혼할 때마다 강남에 집을 사주거나 전셋집을 얻어주느라 허리가 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본인은 칠순이 접어든 나이에 허리도 안 좋고 거동도 불편한데도 동네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한 자식들이 그 정도 해줬으면 당연히 용돈은 물론 명절 때나 보너스를 탈 때 선물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감감무소식이란다. ‘아들은 사춘기 지나면 남남, 군대 가면 손님, 결혼하면 사돈집 아들, 손주를 낳으면 해외 동포’라고 했던가. 마음 한구석이 섭섭했는지 가끔 자식교육 잘못시킨 것 같다는 푸념을 늘어놓곤 했다.

그런데 지난봄, 필자 집에서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는 ‘십일조 제도’를 지나가는 말로 소개했더니 바로 가족회의를 열어 자식들한테 공개적으로 얘기했단다. 그리고 그다음 달부터 십일조까지는 아니지만 세 아들이 각각 매월 20만원씩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아이들과 협의해서 십일조 제도를 시작했다. 매월 받는 월급의 십 분의 일을 그동안 키워준 엄마한테 용돈으로 주라고 한 것이다. 은연중의 압력이라고나 할까 약간의 강제성을 띤 제안이었지만 아들과 딸은 입사 첫 달부터 이를 실천했다. 보너스를 탈 때도 예외 없이 용돈이 왔다. 다만 결혼한 이후부터는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정액으로 감면해주었다. 이러한 십일조 제도는 우리 가족에게 생각보다 큰 변화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줬다.

첫째, 자식들과 더 가까워졌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은 부모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 이상을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되돌려주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받은 돈으로 맛있는 찬거리나 고기를 사다 냉장고에 넣어놓고 문자를 보내보시라. 냉장고 털이범들이 차를 타고 총알같이 달려온다.

둘째, 가족과의 대화가 많아졌다. 이번에는 무엇을 사줄까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고 필요한 게 뭔지 자식들에게 묻다 보면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신뢰가 생긴다.

셋째,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관계가 달라졌다. 어느 집이든 고부간의 문제는 있다. 그러나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알게 되고 그만큼 배려하는 마음도 생겨 작은 오해 정도는 웬만하면 이해하고 넘어간다.

행복이란 나비와 같아서 좇으면 도망간다. 자식들한테 바라는 것들을 내려놓으면 불만이 사라지고 행복해진다.

십일조 학습 효과 덕분인지 결혼 후 아들은 장모한테, 딸은 시어머니한테 매달 용돈을 드리고 있다. 옛말에 ‘사돈집과 뒷간은 멀리 두라’ 했는데 우리 집안은 사돈집과 한집안 같은 분위기라서 자주 식사도 하고 망년회도 함께한다. 또 서로 역할 분담을 해 네 명의 손자도 보살펴준다.

어느덧 큰 외손녀와 손자는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이러한 행복은 부모 자식이 서로에게 한 약속을 잘 실천하고 있는 덕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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