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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 연극제

기사입력 2017-08-18 11:06

‘늘푸른 연극제’는 지난 해 ‘원로 연극제’로 시작했다. 한 평생 연극에 몸 바쳐 온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행사이다. 7월 28일부터 8월 27일까지 한 달 간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4개의 연극을 공연한다. 그 중 노경식 작가의 ‘반민특위’ 연극을 감상했다. 권병길, 정상철, 이민철, 김종 구 외 극단동양레퍼토리에서 20여명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반민특위는 우리 역사에 있었던 사실이다. 조선 말 매국노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일제 36년을 거쳐 해방이 되었다. 새 나라를 건국하고 이승만 정권이 들어섰다. 국민들은 일제에 협력했던 매국노들을 잡아 징벌하라는 요구가 빗발쳐 국회에서 아들을 징벌하기 위해 반민특위가 결성되었다.

그러나 대통령 이승만은 미국에서 건너온 인사로서 국내에 배경이 없었다. 자싱의 배경이라고는 오로지 미국과 일제시대에 일본에 빌붙어 있던 세력들뿐이었다. 그러므로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좋아할 리 없었다. 반민특위는 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을 비롯하여 고등부 형사 김태석, 노덕술 등 일제에 빌붙어 권력과 부를 축적하던 매국노들을 구속하는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계를 망라하여 매국노들을 잡아냈다. 그러나 대통령의 비호 아래 유령단체가 등장하여 반민특위의 활동을 방해한다. 경찰은 못 본 체한다. 결국 반민특위는 6.6 사건으로 기록된 유령단체의 습격으로 비극적 파탄을 맞는다.

우리 역사에서 매국노들을 징벌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흠으로 남아 있다. 이승만을 좋지 않게 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해방 후에도 일제에 협력한 사람들은 경찰 계통 등 공직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 포진하고 있었다. 존경 받아 오던 사람들이 일제 편으로 전향하고 매국노 노릇을 했다. 제자를 정신대에 보낸 사람, 일제를 찬양하는 노래와 시, 문학으로 일제에 빌붙었던 사람 등, 별의 별 사람들이 많았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연전연승하던 시절 일제가 영원할 줄 알았던 것이다. 오늘날 까지도 이들에 대한 평가는 곱지 않다.

이 연극에서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미국의 매카시 선풍 같은 빨갱이 매도 시류이다. 1949년 국회 프락치 사건으로 10여명의 반 정부 국회의원들을 제거하고 6월 26일 김구 선생이 암살당했다. 이승만 정권에 반대하던 세력들을 제거하고 이승만 정권은 독재의 길로 들어 선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이승만은 한강 다리를 끊어 놓고 국민들에게는 안심하라면서 자신은 부산으로 피신했었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2차 대전 당시 프랑스가 함락되어 있던 시절 나치 독일에 협력하던 부역자들을 종전 후 단호히 처벌했다고 한다. 사실주의 학자 카뮈도 이런 과거의 매국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매국노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라며 처벌을 지지했다.

지금도 정권이 바뀌면 ‘적폐 청산’이라 하여 전 정권에 있던 사람들은 찬 서리를 맞는다. 한편으로는 보복 정치라며 비난하지만, 잘못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세상이 바뀌게 되었을 때도 떳떳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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