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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의 횡재

기사입력 2017-07-27 10:45

형수님은 형님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외롭게 혼자 사신다. 형님이 없으니 시댁과는 관계가 끝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해 필자의 동생까지 한 동네에 살다 보니 종종 같이 만나 어울린다. 그럴 때면 무릎이 불편해 어디 다니지도 못하는데 불러줘 고맙다고 한다. 그날은 공식적으로, 또 합법적으로 같이 음주 가무를 할 수 있는 날이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해 금주령을 내렸다. 그러나 삼촌들이 불러내는 날은 아들도 어쩔 수 없다.

이날도 필자가 저녁식사나 대접하려고 형수님 스케줄을 문의했다. 근처에서 가구를 보고 있으니 만나자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자기가 횡재한 날이니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내막을 들어 보니 아들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외에 새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아들이 새 아파트로 이사 가서 살라고 했다는 것이다. 듣기에는 좋은 내용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러면 안 될 것 같더란다. 새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전세나 월세로 세를 내어줄 수 있는데 자신이 거기 들어가 살면 전세금도 월세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냥 살던 집 도배나 새로 하고 살겠다고 하자 아들이 도배는 물론 가구와 침대까지 완전 리모델링해주겠다고 했단다. 그러니 횡재한 것이란다.

리모델링은 방 하나씩 공사하며 살림살이를 옆에 잠깐 치워두는 것이 아니라 컨테이너 창고를 빌려 살림을 모조리 빼내야 한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아들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 며느리가 요즘 트렌드는 집 안을 되도록 심플하게 해놓고 사는 것이라며 지금 쓰는 가구 등을 다 버리고 새로 장만하라고 했단다. 그동안 정든 멀쩡한 가구며 가전제품까지 몽땅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효심 깊은 조카가 부럽기도 했다. 형수님은 연금 수입도 있는데 아들이 다달이 용돈까지 넉넉히 줘서 부족함이 없지만 다리 때문에 외출하기가 어려워 마땅히 쓸 데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이제 리모델링까지 하니 그 집에서 여생을 보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필자의 아들딸과 비교해서 생각해봤다. 둘 다 사회에 정착하느라 아직 힘겨워하는데 형수님 횡재 얘기를 할 수는 없다. 괜히 부담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조카처럼 필자에게 살림살이 새로 장만하라고 하면 오히려 마음의 짐이 될 것 같다. 현재 사는 집에서 여생을 마칠지는 모르겠으나 조건이 좋아지면 이사할 생각도 있다. 짐 정리는 그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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