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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인공망막 수술로 광명을 찾다

기사입력 2017-07-13 09:50

그녀는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 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 소속 선수이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유일한 전맹이다. 앞을 전혀 볼 수 없으니 여기저기 부딪쳐서 늘 얼굴에 상처가 여기저기 생긴다. 다른 선수들은 약시라고 하여 어느 정도의 사물 분간은 한다. 그래서 전맹인 그녀에게는 늘 약시인 동료들이 유난히 더 친근하게 화장실 같이 가기, 옷 갈아 입혀 주기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른 선수들은 혼자서 기초 스텝 연습을 할 수 있으나 그녀는 누군가 늘 잡아줘야 했고, 올 때나 갈 때는 늘 시각장애인 전용 택시를 이용하거나 전철을 이용할 때는 누군가가 전철역까지 나와 줘야 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기쁜 소식을 전해 왔다, 눈 수술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흐릿하게나마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뉴스를 찾아보니 이미 인공망막 수술이 성공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전맹은 선천성 전맹보다 대부분 후천성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이 발병하면 카메라 필름에 해당되는 망막이 망가지는 병으로 결국은 실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공망막 수술은 ‘아르구스2’라 하여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특수 안경을 쓰면 이미지 정보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휴대용 컴퓨터와 외부 코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안구 주변과 망막에 외부 정보를 전달받는 무선 주파수신기, 특수 내장 회로, 시신경을 자극하는 백금 칩 삽입 때문이다. 외부 기계 값도 비싸니 손상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5시간 정도 수술을 받고 5일 정도 요양하면 시력 검사표의 맨 윗 글자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니 일상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수술비용은 2억 원 정도 되는데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된다는 것이다. 이미 이 신기술로 한 사람은 성공했고 그녀가 2호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녀는 3년 전부터 서울연맹에서 왈츠, 비에니즈 왈츠 전문 선수로 활동해 왔다. 왈츠는 느린 박자로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추는 춤이고, 비에니즈 왈츠는 빠르지만, 단순한 안무로 된 종목이다. 서울 연맹에서 유일한 전맹이기도 하여 다른 선수들은 이 종목과 겹치지 않게 다른 종목으로 활동했다. 흐릿하게라도 아무 것도 안 보이니 차라리 보는 것을 포기해서였을까, 플로어에 들어서면 잔잔한 미소와 함께 왈츠의 선율을 타는 그녀의 모습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해마다 전국체전을 비롯하여 그녀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수많은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생업을 위하여 아산병원에서 안마사로 일했다. 나이도 50대 중반이니 더 늦었으면 대상에서 제외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한 인연으로 그녀가 대한민국 2호 인공망막 수술의 혜택을 보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런 전맹 환자가 우리나라에만 1만여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앞이 보이게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우선 혼자서 움직일 수 있고 여기저기 부딪치던 고통은 옛일이 될 것이다. 그간 안 보이기에 필자를 ‘젊은 오빠’라고 불렀었는데 보이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이든 오빠라서 실망할지도 모른다. 일단 수술이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었다. 희미하게 빛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나타나면 수많은 얘기 보따리가 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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