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결벽증에 대하여

기사입력 2017-06-22 09:56

그녀는 완벽했다. 아름다운 외모에 성격도 밝았다. 외국어로 부르는 성악을 잘 불러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도 높다. 부모에게 받은 유산이 많아 재력도 탄탄하다. 어딜 가나 공주 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결벽증이 있다. 그래서 혼자 산다.

그녀가 결벽증이 심하다는 것은 악수를 거절했을 때 눈치 챘다. 다른 옆 사람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는데 그녀 차례가 되자 그녀가 악수를 거절한 것이다. 금방 손을 씻었다고 했다.

그녀가 외출한 동안 그녀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친척뻘 되는 집사가 있었다. 차를 마시고 찻잔을 설거지를 하려 하자 집사가 그냥 두라고 했다. 남이 아무리 잘 씻어도 그녀가 나중에 또 씻는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애용하는 특수한 세제가 있다고 했다.

이런 종류의 여성들을 몇 명 알고 있다. 비싸더라도 동네 유기농산품만 사다 먹는다. 일반 시장에서 파는 과일 및 채소류는 농약을 쓰기 때문이란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집에 누가 방문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잠시 앉아 있는데도 늘 옮긴 자리를 걸레로 닦는다. 집안 살림이 번쩍번쩍한다. 외출했을 때는 티슈와 물티슈를 늘 갖고 다닌다. 택배 기사나 고장 난 것을 고치러 기사가 왔다 가면 문고리부터 닦는다. 발자국마다 다 닦는다. 그러니 늘 쓸고 닦고 씻는다. 남들과 같이 식사를 할 때 소리 내면서 먹거나 입가에 음식물이 묻으면 질색을 한다. 찌개처럼 여럿이 같이 떠먹는 음식은 반드시 국자를 달라고 하여 나눠 먹어야 한다. 라면처럼 여럿이 냄비에 달려들어 젓가락으로 떠 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술 냄새가 나거나 흡연 냄새가 나면 질색한다. 심지어 남편과 키스하는 것도 못한단다. 외식을 해도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용서 못한다. 재래시장처럼 공중화장실이 있는 곳은 그래서 못 간다. 그래서 음식점 고르기 전에 화장실 청결부터 점검해야 한다.

필자도 중학교 시절까지는 도시락을 싸가지 못하고 매점에서 빵으로 점심을 때웠다. 도시락을 펼치면 밥풀 묻은 젓가락들이 덤벼들어 식욕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비위가 약한 편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본인의 성격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전생에 북 유럽의 어느 나라 공주였다는 얘기도 한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그 의식이 강하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대로 인정해주면 된다. 악수를 꼭 할 필요도 없다. 악수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그대로 봐주는 것이다.

단체 댄스 레슨에서 첫 시간에 남들과 홀드하는 것을 거부하는 여자들이 종종 있다. 붙잡지 말고 춤을 추자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돌려보낸다. 체인징 파트너 해가며 같이 춤을 추는데 홀드를 거부하면 자칫하면 사람 무시한다고 싸움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같이 온 여자끼리만 추겠다거나 장갑을 끼고 춤을 추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도 어찌 보면 재주이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감염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면역력이 있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알면서도 결벽증이 있다면 하기 싫은 것이다. 싫은 것은 싫은 것이다. 그대로 존중해줄 필요는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기사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삶이 곧 힙합” 춤주머니 아저씨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땀으로 지병 없애고, 복근 남겼죠”
  • 패션부터 여행까지… 소비시장 주도하는 욜드족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커피 내리는 현장 남고자 승진도 마다했죠”

브라보 추천기사

브라보 테마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