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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음식 포장해주세요

기사입력 2017-05-31 17:34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에 산다. 우리 시니어들이 모두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서 먹을 것이 넘쳐, 덜 먹으려고 고민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저녁 모임은 으레 술을 겸한 자리다. 술을 마시려면 저녁 식사 겸 안주를 푸짐하게 주문한다. 처음엔 배가 고프니 허겁지겁 먹지만, 이내 주문한 안주들이 남아돌기 시작한다. 그래도 더 이상 먹지 않고 자리를 옮긴다. 남은 안주는 어떻게 될까?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든지 다른 손님에게 재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우든지, 남으면 포장해 달라 하여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은 포장 용기가 잘 만들어져 있어 국물이 새거나 할 염려가 적어졌다. 단골집이라면 한 번 더 야채라도 보충해서 먹을 만하게 해서 포장해준다.

먹다 남긴 두부 김치는 그대로 포장해 와서 물만 더 부으면 훌륭한 김치찌개가 된다. 김치 자체가 여러 가지 식재료를 넣어 숙성까지 시킨 것이므로 버리기 아깝다. 만든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할 때 그냥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게 한다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낙지볶음도 그렇고 아귀찜도 물만 부으면 맛있는 찌개가 되니 비슷하다.

일차로 고기 집에서 실컷 먹었는데 2차로 횟집에 가는 경우도 있다. 고기보다는 배가 안 부르니 몇 젓가락 먹어보지만, 코스로 주문하면 매운탕이 기다리고 있다. 매운탕을 내와 봐야 배가 부른 상태이니 먹을 사람도 없다. 그럴 때는 그냥 포장해 달라고 하면 매운탕 끓이기 전 상태로 깔끔하게 포장해준다.

고기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불판에 올려놓으면 누군가 먹을 것이라며 주문한 고기를 모두 불판에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푸짐하게 먹는다고 너무 많이 주문하면 고기가 다 먹지 못하여 남는다. 불판에 올랐던 고기라도 포장해달라고 하거나 아예 남은 고기는 그대로 따로 포장해 달라고 하면 된다. 이미 돈은 지불한 것이므로 가져갈 권리가 있다.

어떤 음식점은 포장해 달라고 하면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한다. “개를 기르시나 봐요?”하고 묻는 사람도 있다. 포장재가 떨어져 포장을 할 수가 없다고 버티는 음식점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비닐봉지에 싸 달라고 하면 된다.

그렇다면 포장해준 남은 음식을 누가 가져갈까? 그리 친하지 않은 사이라면 체면 상 가져간다는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 가까운 사람끼리라도 남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가난해서 집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고 흉볼까봐 감히 가져가지 못한다. 그러나 포장된 음식은 언제나 필자의 몫이다. 체면 대신 실속을 택한 것이다. 지구 환경까지 생각해서 내린 결단이다.

젓가락이 닿았던 음식물은 집에 오자마자 반드시 다시 끓여야 한다. 한 번에 다 먹지 못할 분량이라면 일부는 따로 냉동실에 보관해두고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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