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 는 7년 반 동안 전 세계 87개국 95,000km를 자전가로 달린 일본의 이시다 유스케가 쓴 책이다. 1969년 생으로 대기업에 잘 다니다가 뜻한 바 있어 1995년 회사를 퇴사하고 자전거 여행길에 나섰다. 원래 3년 계획으로 여행길에 나섰는데 여행의 재미에 빠져 2배 이상의 기간이 걸린 것이라고 했다.
걷는 것보다야 나았겠지만,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혼자였다. 때로는 삭막한 사막 길을 혼자 자전거로 달려야 했고 주로 텐트를 치고 잤다. 강도를 만나 돈을 나 털리고 실의와 좌절에 빠진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일본에 갔다가 다시 출발 할 수도 있었으나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대로 앞만 보고 달린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차로 여행하는 것과 다르게 자연을 바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행기로 후딱 가면 그 과정에 있는 것들은 그냥 지나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은 좋은 곳이 있으면 즐기면서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자전거도 둘만 되어도 속도도 차이 나고 의견도 차이가 생겨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서로의 행선지가 달라 고집끼리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혼자 가면 속도도 알아서 하고 다음 행선지도 순전히 혼자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행 전 혈뇨가 나오는 신장병을 앓던 사람이다. 출발 전 많이 걱정했으나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건강하게 일본으로 돌아갔다. 물론 여행 중간에 아픈 적도 있었으나 여행은 긴장하게 만들고 자전거 여행은 다리를 튼튼하게 한 덕분에 큰 병 없이 그 긴 여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혼자 자전거로 여행하는 일본 청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도 그 사람들끼리 또 마주치고 또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자가 책 제목을 <가 보기 전엔 죽지마라>라고 쓴 것에 유의하고 책을 읽었다.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다 둘러보고 과테말라의 티칼 신전을 가장 인상에 남는 여행지로 꼽았다. 잘 알려진 마추픽추보다 더 인상적이라고 했다. 캐나다의 자연도 좋았고 노르웨이의 해안도 좋았다고 했다. 자연도 중요하지만 역시 여행의 재미는 사람이다. 순진한 아프리카의 소년들, 남미의 촌부들을 보며 인간의 세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본다는 것이다.
필자의 여생에서도 여행은 중요한 버킷리스트로 남아 있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안장에 사타구니가 아파서 오래 못 탄다. 걷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위험하다. 싼 호텔과 기차를 타면서 하는 배낭여행을 하자니 좀 구질구질하게 생각된다. 그러니 비행기 타고 다니는 수밖에 없다. 아직 안 가 본 나라도 많지만, 저자와 달리 아프리카, 남미는 그리 가보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다리가 성할 때 부지런히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