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를 뚫고 잎을 피우는 풀(草)(변용도 동년기자)
아스팔트를 뚫고 잎을 피우는 풀(草)
기사입력 2017-05-16 11:35
아스팔트 도로의 두꺼운 바닥을 뚫고 연약한 풀이 자라고 있다. 생명력의 끈질김과 그 강인한 힘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지나다니는 집 주변에 있는 도로 위다. 통행량이 많지 않아도 트럭과 승용차 그리고 농업용 경운기가 가끔 다니는 곳이다. 지난가을에 도로를 넓히면서 새로 포장했기에 갈라진 곳이 없었다. 어느 날 아침 도로 한쪽에 바랑이 풀이 아스팔트를 위로 밀어제치고 고개를 내밀었다. 아스팔트 두께도 꽤 되지 싶다. 차량이 지나가고 사람이 걸어 다니는 그 도로의 밑에서 연약한 풀(草)이 아스팔트를 뚫고 잎을 피어 올리고 있다. 장비를 쓰지 않고 맨손으로 뚫을 수 없는 포장도로 바닥을 뚫고서 말이다.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바랑이 풀이다. 포장도로 틈새를 비집고 나온 것이 아니라 단단하게 굳어진 포장을 스스로 뚫고 세상을 구경하고 있다. 도로 위 틈새에 떨어진 씨앗에서 싹이 튼 것이 아니었다. 다년생 뿌리에서 자란 풀 줄기다. 산책하며 이곳에서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니 풀이 솟아난 부분은 도로를 넓히기 전에 논둑으로 풀이 자라던 곳이었다.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풀이 자라난 것이 틀림없다. 예전에도 똑같은 현상을 마산시에 살았던 친구 집 마당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친구 집 입구의 아스팔트로 포장한 마당 한가운데서 이른 봄에 꽈리 서너 포기가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주민들도 신기해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꽈리 줄기가 올라오던 주변이 불룩하게 들떠 있어서 스스로 밀고 올라왔음을 눈으로 보면서도 이해가 쉽게 가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연의 신비로운 힘, 경외 그 자체다. 카메라를 잡은 손이 떨리는 듯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기사
-
- 학연·지연·혈연은 그만! 요즘 중년의 관계 맺기 트렌드
- 사실 인간관계의 본질은 같다. 1936년에 출간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지금까지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에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시대를 거듭할수록 사회적·문화적 변화와 함께 사람들 사이 소통 방식과 관계의 범위 등 많은 것이 달라졌다. 새로운 사람과 만났을 때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한 번에 완화할 수 있는 한국 사회 속 ‘필승 전략’이 있다. 학연, 지연, 혈연이다. 우연히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걸 알았을 때 주변 맛집, 교내 명소, 동아리 등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다 보면 금세 친해진 기분이 든다.
-
- 중장년의 '어른 공부'를 위한 공부방, 감이당을 찾다
- “당신은 어른입니까?” 이 질문에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 우리는 당당하지 못할까. 그렇다면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 중장년의 나이에도 공부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의 어느 날, 남산 자락 아래에 있는 ‘감이당’을 찾았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른들의 공부방 같은 곳이었다. 20대부터 80대까지, 전문직부터 프리랜서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수양의 시간을 쌓는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찾아와 공부하고, 식사를 해도 된다. 식당과 식사
-
- 중년 들어 자꾸만 누군가 밉다면, “자신을 미워하는 겁니다!”
- 은퇴 후 소원해지는 인간관계에 실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안부도 주고받고 종종 식사도 했던 사이인데, 회사를 나오니 연락도 만남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명함이 없다고 얕보나’, ‘내가 돈을 안 번다고 무시하나’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자. 혹시 ‘내가’ 스스로에게 그런 편견을 갖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만약 그렇다면 주변은 잠시 제쳐두고 나와의 관계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퇴직 이후의 삶이 길어지며, 노후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다만 원활하고 지속적
-
- “은퇴 후 당당하게” 명함 없어도 자연스러운 자기소개법은?
- 은퇴 후 밥줄은 대부분 네트워킹으로 연결된다. 인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퇴직하고 나면 일로 만난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줄어든 수입 탓에 있던 인맥도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은 더 중요해진다. 모든 관계를 깊게 유지할 수 없는 시기지만, 역설적이게도 기회는 사람을 통해서 오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 마케팅팀 대리입니다.” 이 인사말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회사명으로 어느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고, 마케팅팀에 있다고 했으니 그의 직
브라보 추천기사
브라보 테마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