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아가 아닌 이상 자신의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쓰이고 끌렸다. 읽어보고 싶었다. 이 즈음, 나이 들어 아프고 힘들다는 부모의 하소연에 남몰래 마음을 끓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아버지와 원만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면서 관계를 재구성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왜 여기 있는지 알지 못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겐 지금 여기만 있을 뿐이었다. 작가는 아버지에 맞춰 지금 여기에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집중하면서 차츰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작가의 말 중에 ‘할 수 없는 것 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하고, 불현듯 찾아오는 행복의 순간, 지금 여기를 공유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의 나이 든 부모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돌봄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을 힘들어하신다. 그런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필자가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릴 순 없다. 다만 현재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함께 보내면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