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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선의 선비정신을 생각하며

기사입력 2017-03-27 10:09

[이성낙의 그림 이야기]

동양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 초상화 역시 각기 조선시대 초상화와 비슷하면서도 분명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중국 초상화는 피사체의 복장이 화려한 문양으로 권위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사진 1]. 그리고 일본 초상화는 얼핏 간결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을 보이는 것 같지만 피사체의 의상인 ‘하오리(羽織)’의 양 어깨선이 일직선과 함께 날카로운 각(角)을 형성하고 있다. 더 일본적인 문화 코드라고 할 수 있는 ‘일본도(日本刀)’를 초상화에서 본다[사진 2]. 이는 일본 문화를 ‘국화와 칼’이라는 두 단어로 절묘하게 상징화한 미국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 1887~1948)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1946)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사진 1] 명나라 제6대, 8대 황제 정통제·천순제(正統帝·天順帝, 1427~1464) 초상
▲[사진 1] 명나라 제6대, 8대 황제 정통제·천순제(正統帝·天順帝, 1427~1464) 초상

이처럼 중국 초상화에서는 의상의 화려함을 통해 권위를 과장하고, 일본 초상화에서는 날카로운 일직선과 각, 그리고 장도(長刀)로 권위를 강조한다. 즉 중국과 일본의 초상화는 형태와 표현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가식(加飾)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조선시대 초상화에서는 가식이나 과장이 배제되어 있다. 란(亂)을 평정한 공을 인정해 조정에서 내린 공신상(功臣像)을 보아도 사뭇 다르다[사진 3].

▲[사진 2]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상 (德川家康, 1542~1616)
▲[사진 2]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상 (德川家康, 1542~1616)

우리 초상화의 피사체 대부분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선비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왜 초상화에서 선비정신의 맥을 짚을 수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우리 문화사의 자랑스러운 큰 획인 정직함의 결정체이며, 조선시대를 관통한 민족혼의 다른 발현(發現)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더 필자는 근래의 부끄럽고 혼탁하기만 한 우리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잡이로서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을 절실한 마음으로 되새겨본다.

▲[사진 3] 오명항의 분무공신상 (吳命恒, 1673~1728, 奮武功臣像) 경기도박물관 소장
▲[사진 3] 오명항의 분무공신상 (吳命恒, 1673~1728, 奮武功臣像) 경기도박물관 소장

>이성낙(李成洛) 현대미술관회 회장

독일 뮌헨의대 졸업(1966), 연세대의대 피부과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가천의과대학교 총장,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현), 한국의약평론가회 회장(현), 간송미술재단 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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