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성격을 띤 화투는 그렇겠지만, 경로당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앉아 재미로 화투를 치는 모습은 소소한 즐거움일 것 같고 명절이나 가족이 모였을 때 놀이로 하는 화투는 또 다른 느낌으로 화기애애하고 풍성한 즐거움이 연상되기도 한다.
들은 풍월로 화투의 종류에 여러 가지가 있다는데 필자가 알고 있는 건 민화투라는 것이다.
아버지 계실 때부터 엄마와 우리 딸, 사위가 모이면 화투를 쳤다. 아버지는 같이 어울리지는 않으시고 항상 시끌벅적 노는 우리 옆에서 온화하게 웃고 계셨다.
그렇다고 우리 가족이 도박처럼 화투를 한 것은 아니다. 점당 100원으로 많이 잃거나 따도 5.000원을 넘지 않았다.
화투가 치매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우리 가족은 엄마와 화투를 치기 시작했으며 우리가 했던 건 민화투이다.
화투방법으로 민화투와 고스톱 두 가지를 알고 있는데 머리를 무척 잘 굴려야 하는 고스톱은 우리 초짜 화투 꾼에겐 너무 어려운 종류였다.
껍질이라 불리는 피가 많아야 좋은 거고 뒤집어서 같은 패가 나오면 못 가져오는 등 너무나 복잡해서 우리는 민화투만 쳤다.
피가 많아야 좋은 고스톱과 달리 끗수가 높은 광이나 알맹이를 먹어야 좋고 홍단, 청단, 초단은 30포인트를 주어야 하며 비약 풍약 초약은 20씩 주어야 한다.
똥 네 장을 다 가져오면 40씩을 받을 수 있어 가장 인기가 있다. 광을 4장 따면 40을 받고 광 5장 모두를 획득하면 50을 받는다.
운이 좋으면 광 다섯 장이 모두 필자 수중에 들어와 엄청 크게 이기는 날도 있었고 엄마나 동생, 제부가 광을 획득해 포인트를 주고 나면 필자는 빈털터리가 되는 운 나쁜 날도 있었다.
기본 점수가 두 명이 칠 땐 120이 본이고 세 명이 치면 80이 본이 된다.
자기의 본 보다 넘은 끗수를 세어 점당 100원을 받을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한 룰이므로 즐겁게 칠 수 있는 화투방법이다.
그래도 화투를 하는 동안 각자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상대의 의중이 무엇인지 간파하는 등 고도의 머리 굴리기를 해야 하니 아마 치매에 좋은 놀이라는 게 맞는 말일 듯하다.
참 이상한 점은 친선으로 시작했지만, 화투를 치다가 너무 안 맞고 점수를 잃게 되면 화가 끓어오른다는 것이다.
화투를 쳐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필자도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닌지 필자가 먹을 패를 상대편에서 채 가거나 계속 몇 판을 내리 지다 보면 화가 났다.
그걸 감추지 못하고 신경질도 부렸으니 참 수양이 부족하다는 걸 끝나고야 느끼게 되어 머쓱하고 부끄러웠다.
그까짓 거 많이 잃어봐야 5.000원 미만인데 왜 그리 화가 나는지 돈 문제가 아니라 경쟁에서 졌다는 게 싫었던 것 같다.
또 어떤 날은 이상하게 패가 잘 붙어 좀 크게 이길 때도 있었다. 그러면 엄마는 정말 기분 나빠하셨다.
그 후로 필자는 엄마의 기분전환을 위해 화투를 치는 것이니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일부러 좋은 패가 있어도 적당히 다른 것을 내서 점수를 줄였다.
그래서 엄마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 그게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다.
한때 졌다고 화를 냈던 일이 무척 창피하고 무안하다.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신 이후로 우리 가족은 화투에 손대지 않고 있었는데 엄마가 우리 집 옆으로 이사 오신 얼마 전부터 다시 화투를 하게 되었다.
화투 하는 동안 정신을 쏟으니 잡생각이 없어져 좋다는 엄마를 위해 하루 한 번씩 찾아가 화투패를 돌리고 있다.
필자가 잘 되는 날은 대부분 눈치채지 못하게 져주는 방법을 쓰고 있고 그런 걸 알지 못하는 엄마는 오늘은 화투가 잘된다며 기분 좋아해서 소기의 목적 달성이다.
필자만 보면 화투 치자며 붙잡으니 그것도 효도의 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상대해 드린다. 이렇게 쉬운 효도방법도 있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에 오늘도 담요를 깔고 화투판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