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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사 먹을까, 막걸리 사 먹을까?

기사입력 2017-02-13 10:26

이번 겨울에는 감기 때문에 약간 고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감기 한번 안 걸린 강체질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무리한 탓이다. 밤을 꼬박 새며 당구치고 술을 마시고 나니 몸에 무리가 온 모양이다. 그것도 작년에 3번이나 그랬다. 필자보다 너댓 살 또는 띠동갑들하고 같이 어울리자니 그런 무리가 따랐던 것 같다. 술도 많이 마시면 몸이 힘들어 한다. 당구도 승부욕이란 게 있어 전력투구를 다 하다 보면 지친다. 초저녁에 만나 우선 저녁식사 겸 막걸리로 시작한다. 올 사람이 다 오면 술도 깰 겸 당구치러 간다. 여기서 이긴 사람은 게임비를 내고 진 사람은 2차 술값을 낸다. 2차 술자리에서 다시 당구 얘기가 나오면서 승부욕을 자극하면 다시 2차로 당구 치러 간다. 이미 많이 취했기 때문에 당구도 잘 안 되고 게임 당 시간만 오래 간다. 이미 대중교통 막차가 끊긴다. 일단 출출하니 잔치국수라도 먹자며 다시 술집에 간다. 그리고 다시 당구장에 가서 몇 게임 더 하고 나면 어정쩡한 시간이 된다. 몇 판 더 치면 전철이 다닐 시간이니 더 치자며 승부욕을 불사르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게 아침에 당구가 끝나면 다시 출출하니 해장국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보통은 집에 가자마자 잠을 보충한다. 그러나 이미 창밖은 밝아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너무 피곤하면 오히려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이다. 뒹굴거리다가 오후에 다른 약속이 있어 또 집을 나선다. 잠을 못 자서 허공을 딛는 느낌이다. 다시 뒤풀이로 이어지고 집에 오면 이틀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

그렇게 무리를 했으니 몸에 이상이 생긴다. 필자는 원래 기관지가 약하다. 편도선이 비대해서 말을 많이 하거나 하면 목이 아플 때가 종종 있다. 이번에는 기침이 심했다. 낮 시간은 그런대로 넘길 수 있는데 밤에 계속 기침이 나오면 잠자는데도 지장이 많다. 스케줄도 없었지만, 기침 때문에 술을 며칠 걸렀다. 그러나 기침은 멎지 않고 계속 되었다.

결정을 해야 했다. 약 먹기를 싫어하는데 감기약을 사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감기약이라고 해야 2천원짜리 화이투벤 한 갑이면 통한다. 지인 중에 이비인후과 의사가 있어 물어 보니 약국에서 파는 약은 효과가 약하니 병원에 와 보라는 것이었다. 약국 약도 먹기 싫은데 병원까지 가서 약을 탄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날 저녁에 모임이 있었다. 식사와 술을 겸하는 자리인데 술은 마시고 싶지 않으면 감기 핑계로 술은 안 마셔도 되었다. 그런데 술이 오히려 약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 약은 먹으면 입안이 마르고 얼굴도 초췌해지는 느낌이다. 소변도 노랗고 내 자신이 병자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약은 되도록 안 먹으려 하는 것이다. 막걸리를 마시게 되면 일단 감기약 투약은 미뤄야 한다. 일단 막걸리를 마셔보기로 했다. 맛있고 기분 좋고 약국 약과 비교하여 좋은 점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니 목감기가 호전되어 있었다. 침 넘김이 부드럽고 기침도 멈췄다. 내겐 막걸리가 감기약보다 좋은 효과였다. 다시 이비인후과 의사 친구에게 이 얘기를 하니까 사람에 따라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감기는 원래 약 먹으면 보름 후에 낫고 안 먹으면 15일 후에 낫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막걸리 때문이라기보다 나을 때가 되어 나은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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