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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스마트폰 너무 좋아하지 마요

기사입력 2017-02-06 19:19

시니어들의 모임에 나가보면 나이 들어서도 얼리어답터임을 내세우며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것을 대단한 자랑으로 여기고 이 대열에 끼지 못하는 다수의 노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꼭 있다. 무엇이든 잘하는 것은 젊으나 늙으나 좋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 스마트폰에 중독되다시피 푹 빠져 있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맛 집에 초대되면 진짜 이집이 맛 집이 맞는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실례를 범하면서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자랑스러워하면 스마트폰 중독자다. 이건 초대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모욕을 주는 것임에도 본인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누구도 이런 행동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능수능란한 스마트폰 사용에 부러움을 보내는 모습이 못 마땅하다. 한번만 물어보면 제대로 찾아갈 길도 사람에게 묻기보다 스마트폰에 물어본다. 도심에서도 길을 묻는 사람 보기가 점점 드문 것은 잘 정비된 건물주소 덕이 아니라 스마트폰 덕이다. 반면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사람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어 사람 사는 냄새가 없어진다.

스마트폰이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있어야하고 길을 걸을 때도 주머니 속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회의 중이거나 대화 중에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어서 카톡이나 문자왔는지를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앞에서 강사가 열심히 강의 하는데 죄책감 없이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스마트폰 중독자가 점점 늘어난다. 특별히 할 일 없는 노년이 될수록 이런 스마트폰에 대한 몰입도가 강해지고 심지어 취미로까지 발전시켜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걸 경계한다.

스마트폰 중독은 정신적 육체적 황폐를 불러오고 나이 들수록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첫 번째가 정신적 황폐다. 가족들의 즐거운 외식자리에서도 식구들끼리 대화에 집중하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남들과 문자 대화를 한다. 몸은 가족과 같이 있지만 마음은 딴대가 있다. 생일 같은 기념일에 축하 말을 보낸다고 인터넷이나 카톡방에 좋은 말들을 복사하여 죄의식 없이 날린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글로 표현해서 보내주면 좋으련만 남의 글을 내가 쓴 것처럼 도용하고도 시치미를 뚝 뗀다. 스마트폰의 전자파 위험도 있지만 인간과의 진솔한 감정 소통 부족으로 치매의 싹을 키운다.

두 번째는 육체적 황폐다. 머리나 손톱은 잘라도 다시 자라지만 인체의 오감을 느끼는 세포들은 한번 망가지면 재생이 어렵다. 스마트폰의 작은 글씨를 보려고 눈을 혹사한다.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할 시력이 점점 떨어진다. DMB를 통해 연속극을 보면서 귀에 꽃은 이어폰이 얼마나 청력세포를 망가지게 하는지 통 관심이 없다. 머지않아 보청기가 노인의 필수품이 될 것이다.

세번째는 사고력의 저하다. 스마트폰의 즉문즉답에 익숙하다보니 사고력이 줄어든다. 대학을 나왔어도 계산기 없으면 여럿이 먹은 밥값을 합산과 분배를 못해 쩔쩔맨다. 곱셈나눗셈은 구구단이 가물거려 붓셈으로 언제 풀어봤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남의 말을 믿지 못하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면전에서 스마트폰의 인터넷기능으로 즉각 검색하여 상대를 머쓱하게 한다. 모든 정보는 내 손안에 있다고 인터넷 정보를 맹신하지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의 공부를 하지 않으면 거짓정보와 참 정보의 변별능력이 부족하여 헛똑똑이가 될 가능성도 많다.

네 번째는 마음의 안정을 못 찾는 불안증세가 걱정된다. ‘카톡’하는 소리만 들어도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서 참지 못한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어보지 않으면 안달이 난다. 혼자 스마트폰의 인터넷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혼자 고립화된다. 스마트폰과 친하다보니 사람과 사귀면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 점점 부담스러워져 외톨이가 양산된다.

나이든 사람들은 젊을 때 하지 않던 스마트폰에 덜 익숙한 것이 당연하다 노년에 새로운 정보에 좀 어둡고 뒤 처져도 큰일 날 일이 별로 없다. 스마트폰을 들고 혼자서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출발전에 PC로 갈 곳을 대충 검색하고 목표지점에서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는 옛날 방식을 쓰면 된다. 남들이 맛 집이라 하면 그렇다고 믿어주고 남의 말에 검색까지 하면서 일비일희를 하지말자. 나이 들수록 느리게 살고 더듬거리며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다.

교통사고 무서워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면 바보다, 조심해서 운전하고 적당히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적절하게 사용만 한다면 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좋지 않다. 특히 나이 들어 지나친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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